‘쇼핑 공룡’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공동 인수로 몸집을 더 키우게 됐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진 카카오는 우선 자신의 텃밭인 선물하기 등 ‘관계형 커머스’ 시장부터 재정비한 후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네이버는 이베이 본사로부터 며칠 내 이베이코리아 인수 계약을 진행하자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내 이커머스 1위인 네이버는 이마트와 연합해 점유율을 더 높이게 된다. 지난해 거래액 기준 점유율은 네이버가 18%, 쿠팡 13%, 이베이코리아 12%, 이마트(SSG닷컴)와 카카오가 각각 3%였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이마트-네이버 연합의 점유율은 33%가 된다.
네이버와 함께 양대 빅테크로 불리지만 쇼핑에서만큼은 유독 열세였던 카카오 입장에선 안 그래도 높았던 네이버라는 산이 더 높아진 셈이다. 앞으로의 이커머스 전략에 대해 카카오는 “우리의 고유 영역인 카카오톡 기반의 관계형 커머스에 우선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답했다. 관계형 커머스는 여러 사람들이 서로 선물을 주고받거나 공동 구매하는 방식의 이커머스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운 카카오가 이 시장에서만큼은 네이버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선물하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거래액 기준 3조5000억원이었다. 이 중 카카오가 3조원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비대면 선물 문화의 확산으로 시장 규모가 전년(2019년)보다 52% 성장했고, 카카오의 올해 1분기 거래액도 지난해 1분기보다 54% 늘었다.
네이버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선물샵’이라는 주제판을 만들어 최신 트렌드, 특정 기념일, 계절, 성별, 연령 등에 따른 맞춤 선물을 이용자들에게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이커머스 플랫폼 네이버쇼핑에 구현돼 있지만 카카오톡에 밀렸던 선물하기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함이었다. 네이버는 선물하기 거래액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난달 거래액이 선물샵 론칭 직전인 전월(지난 4월)보다 2.3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에 선물하기 시장은 급성장 중인 이커머스의 한 축이자 네이버에 맞서 이커머스 전체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인 만큼, 네이버에 우위를 빼앗겨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카카오는 3년 전 분사시켰던 이커머스 전문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를 이르면 3분기에 다시 본사의 사내독립기업(CIC)으로 합병하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양사의 (이커머스)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커머스는 이미 카카오톡을 통해 쇼핑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합병을 통해 카카오톡 이용자를 쇼핑으로 유입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카카오톡 이용자는 앱 하단의 쇼핑 탭, 입점 업체들이 카카오톡 채널, 모바일 교환권(기프티콘 발송) 등을 통해 추가 앱 설치 없이도 쇼핑을 할 수 있다.
카카오는 선물하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기프티콘을 넘어 실물 배송 상품도 선물할 수 있는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 ‘선물하기 for Biz’를 최근 출시했다. 기프티콘과 달리 실물 상품은 구매 과정에서 받는 사람의 주소를 입력해야 해서 이용에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카카오톡 채널을 가진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에 한해서는 주소 입력 없이 서로의 채널 선택만으로 실물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 현재 선물 가능한 품목은 건강식품·리빙·뷰티·스포츠 등 분야에서 약 500여종이다.
카카오는 선물하기 외, 카카오톡 친구 2명 이상이 함께 구매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톡딜, 여러 사람이 선주문하면 제작하는 방식으로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카카오메이커스,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연계한 라이브커머스(생방송 쇼핑) 등 다른 관계형 커머스도 성장세에 있다며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전날 ‘구독ON’이라는 구독 쇼핑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품, 가전 등 실물 상품이나 청소, 세탁 등 무형의 서비스를 정기 구독 방식으로 구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이 역시 기존 쇼핑처럼 카카오톡 내 마련된 메뉴를 통해 접속하고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네이버가 네이버쇼핑 이용 시 혜택을 주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가족·지인과 공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쇼핑 이용자 신규 유입을 꾀하자, 카카오도 구독 서비스를 들고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