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전자문서 서비스 소개.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정부의 전자문서 발송을 도와주고 받는 수수료가 건당 5.5원에서 220원까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과 문서 종류만 다른 유사한 서비스인데도 수수료가 최대 40배 차이가 났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전자문서 사업은 공공기관이 국민에게 우편으로 보내는 안내문·고지서 등 종이문서를 스마트폰으로 받아볼 수 있는 전자문서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보유한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과 제휴해 일정 수수료를 내고 플랫폼을 이용한다.

기업들은 공공기관들로부터 받고 있는 수수료 액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회예산정책처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1분기 공공기관과 네이버·카카오 등 기업이 맺은 전자문서 계약·업무협약(MOU) 사례를 전수조사했다. 조선비즈는 10일 이 자료를 입수해 수수료 책정 현황을 확인했다.

네이버 앱(왼쪽)과 네이버페이 앱(오른쪽)의 전자문서함. /각 앱 캡처

우선 전자문서 사업의 주무부처가 행정안전부인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지에 따라 수수료에 큰 차이가 났다. 행안부와 과기부는 비슷한 전자문서 사업을 각각 별개로 진행하고 있다.

행안부는 네이버·카카오(카카오톡)·토스 앱을 이용하는 전자문서 발송 서비스 ‘국민비서’를 지난 3월 출시했다. 도로교통공단, 국가장학재단,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등이 전자문서를 보내는 데 드는 수수료는 일괄적으로 건당 5.5원(이하 부가세 포함 금액)이다.

과기부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카카오페이(377300)·KT(030200)에 전자문서 유통 능력을 갖춘 ‘공인전자문서 중계자’ 자격을 주고, 이 기업들이 여러 부처 산하 공공기관과 전자문서 중계 계약이나 MOU를 맺도록 했다. 양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세 기업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도로교통공단 등 19개 공공기관과 총 25건의 계약·MOU를 맺었다. 공공기관들이 세 기업에 내는 수수료는 건당 최소 88원에서 최대 220원까지 다양하다. 행안부 국민비서와는 더 큰 차이가 있다.

그래픽=박길우

행안부 사업과 달리 과기부 사업에서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 즉 수수료의 하한선이 있는 걸로 밝혀졌다. 공공기관들과 네이버·카카오페이·KT는 과기부의 개입 없이 서로 직접 계약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정한 수수료의 기준이 없으니 기업들이 이익 보호를 위해 임의로 100원대의 하한선을 정한 것이다.

과기부는 “중계 비용(수수료)은 공인전자문서 중계자(기업)가 결정하는 부분이며 과기부는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다수의 공공기관이 양 의원실에 제보한 바에 따르면, 정부가 정한 수수료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은 기업이 제시하는 금액이 많은지 적은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정한 건 없는데 (네이버, 카카오페이, KT 등이 참여한) ‘공인전자문서중계자협회’ 차원에서 너무 저가 수주 출혈 경쟁으로 가면 업계 보호가 안 되니까 (수수료 책정) 기준을 정한 게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문서 서비스의 기술 원가 등 100원대 수수료 하한선이 산출된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수수료 책정 기준은 업무상 기밀이라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 사업은 ‘수수료 5.5원 이하’ 조건의 입찰 공고에 네이버·카카오·토스가 참여했다.

두 서비스 모두 공공기관이 전자문서를 발급하면 기업이 앱을 통한 전달과 보안 관련 작업을 수행한다. 네이버는 모바일 앱의 전자문서함 메뉴(Na.)에서 두 서비스 모두 전자문서로 받아보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날 “비슷한 서비스니까 기술적으로 큰 차이는 없고, 비용 측면에선 계약 주체와의 (계약 내용) 차이 때문에 (수수료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두 사업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토스 관계자도 “주무부처가 다른 건데 본질적으론 비슷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건당 100~200원대 수수료도 400원짜리 우편요금보다는 싸다는 지적이 있지만, 공공 영역(우정본부)에 도는 세금과 민간(기업) 영역으로 빠져나가는 세금 비중이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말했다.

행안부와 과기부 모두 전자문서 서비스는 매년 확대할 계획이다. 출시 3개월 된 행안부 국민비서는 연내 38종, 내년까지 68종으로 서비스 종류를 늘린다. 양 의원은 “전자문서 사업은 독점화된 구조 속에서 대기업이 특혜를 받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국민이 피해 보게 되는 일을 막기 위해 필요한 입법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