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휴대전화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인도에 이어 베트남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함에 따라 현지에서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 지방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제한 등의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각 시설 생산 차질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각) 베트남 보건당국에 따르면 북부 박장성(北江省)과 박닌성(北寧省) 지역에서는 전날 각각 48명, 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4월 27일 이후 전날까지 이 지역 누적 확진자는 박장성 2424명, 박닌성 879명으로, 같은 기간 베트남 전체 확진자(4549명)의 72.6%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박닌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이곳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들이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 중에 있다. 박닌성 옌퐁에는 약 2만명이 일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이 있는데, 이 공장은 삼성전자의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디스플레이(직원수 약 3만5000명)와 삼성SDI(2400명)도 해당 지역에서 각각 디스플레이 패널,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박장성 협력업체 직원 40여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돼 공장 가동이 멈추는 바람에 부품 공급에 애를 먹었다. 이 상황에서 스마트폰 공장의 현지 근로자 2명이 지난달 12일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유행이 본격화한 4월 말부터 휴가 중으로, 공장 출근을 하지 않아 다른 직원과의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가동 중단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베트남 각 지역 정부들이 1일 오전 0시(현지시각)을 기해 해당 지역에 이동제한 명령을 내리면서 생산 차질이 일부 우려되는 상황이다. 72시간 이내의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될 경우에는 출퇴근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업무에는 상당한 영향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직원 2만명 중 절반쯤이 외부 지역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공장 내 기숙사에 들어가면 2주간 외부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있다”라며 “최대한 (직원들이) 이동하지 않게끔 인근 숙박시설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입국 일시 중단된 베트남 하노이 공항. /연합뉴스

공장 내 집단감염이 현실화 할 경우 생산차질로 인한 피해는 막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보통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공장 인근에는 이들의 부품을 조달하는 협력사들도 많아 코로나19 확산은 자칫 공급망 전체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베트남 현지 공장 150여곳이 최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에도 돌입했다. 전자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등의 직원들도 함께 백신을 맞는다. 해당 백신은 베트남 정부가 기업별로 할당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삼성 계열 3사의 접종 대상자는 1만5000여명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들의 협력사에도 백신이 지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우선 생산라인의 현지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라며 “한국인 주재원들의 접종 신청도 받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최근 베트남에서 영국 변이 바이러스와 인도 변이 바이러스의 특성이 섞인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영국 변이는 전염성이 높아 확산이 빠르고, 인도 변이는 코로나19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잘 듣지 않는다. 응우옌 탄 롱 베트남 보건부 장관은 “새 변이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며, 배양 실험에서 이전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자기 복제가 이뤄지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LG전자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 LG전자 제공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지역은 아니지만 역시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LG전자도 현지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LG전자는 베트남 북부 하이퐁시에 지난 2015년 ‘LG 하이퐁 캠퍼스’를 설립하고, 다양한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지 직원은 약 1만6000명이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공장도 있다. 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의 계열사 공장이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조정하고, 박장성이나 박닌성으로부터 출퇴근하는 근로자의 임시 거처 숙소비를 지원하는 등의 대응을 짜고 있다”라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 전략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역시 비슷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이노텍 측은 “현지는 아직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으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