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민경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의 원가(비용)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전파사용료 감면(면제) 혜택의 40% 가까이를 통신 3사가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 3사는 산하에 각각 1~2개 알뜰폰 사업자를 두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2023년부터는 알뜰폰 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대기업 계열사에 대해 전파사용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지만, 그전까지는 세금 낭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를 통해 집계한 1분기 알뜰폰 사업자별 전파사용료 감면액을 보면, 통신 3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가 가져간 액수는 전체 18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전체 감면액 46억9660만원의 38%를 웃도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SK텔레콤(017670) 계열 SK텔링크는 3억1584만원, KT(030200) 계열 KT엠모바일은 5억8033만원, LG유플러스(032640) 계열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는 각각 4억2885만원, 4억6057만원의 감면 혜택을 봤다. 5개 업체의 합산 감면액은 17억8655만원 수준이었다. 감면액은 지난해 10~12월 전파사용료에 대해 후납한 것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SK 계열이 13억원, KT 계열이 22억원, LG유플러스 계열이 35억원 상당의 전파사용료 감면 혜택을 봤다. 총액은 약 70억원 상당으로 전체 알뜰폰 사업자 감면액(200억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도입 초창기였던 2011년부터 중소·중견기업이 비용 부담을 덜고 통신 3사보다 저렴한 요금제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알뜰폰 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통신 3사 계열사는 물론, 3사 망을 쓰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까지 이런 사용료 감면혜택을 받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1분기 전파사용료 감면혜택을 본 사업자 중에서는 현대자동차, 기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테슬라 등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알뜰폰 사업자에 휴대폰 사업자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사물간통신(M2M) 사업자도 분류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임박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운행정보 제공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는 이른바 ‘텔레매틱스(자동차 안에서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의 망을 쓰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지적에 따라 중소·중견기업 이외 사업자에 대해서는 전파사용료를 2021년에는 20%, 2022년에는 50%를 단계적으로 부과해 2023년부터는 100%를 전부 받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는 606만명(IoT·M2M 제외한 순수 휴대폰 가입자 기준)으로, 이 중 통신 3사 계열사를 통한 가입자 수가 270만명으로 전체 45%에 육박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3사 중심으로 과점화되면서 육성하려던 알뜰폰 시장 역시 이들 3사의 미니 경쟁장(場)이 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까지는 순수 영세 알뜰폰 사업자와 무관한 대기업 계열, 완성차 업체 등 사업자들이 세금을 덜 내는 혜택을 보고 있다”며 “전파사용료 감면 취지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인 만큼 정부는 사업자에 대한 분류부터 정확히 하고, 여기에 제대로 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