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가 생산하고 있는 플렉시블 OLED 패널 모습. /BOE 제공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중소형 OLED 굴기(崛起)가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BOE가 국내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중소형 OLED 추격에 나서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전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BOE의 올해 중소형 OLED 출하량은 지난해 3600만대 대비 40% 증가한 5000만대로 예상된다. 생산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개선하는 동시에 중국 충칭(重慶)에 건설 중인 6세대(1500㎜×1850㎜) OLED 공장의 1단계 생산라인이 오는 10월 가동을 시작하면서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BOE는 현재 중국 청두(成都)와 면양(綿陽)에 6세대 OLED 생산라인을 각각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까지 생산 수율은 80%를 넘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간 출하량은 전체 생산능력(캐파) 7200만대의 절반에 불과했고, 자체 목표치인 4000만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6세대 생산라인의 연간 최대 OLED(6.45인치 기준) 생산량은 3600만대다.

BOE는 오는 10월 충칭에 1단계 생산라인 건설을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2단계와 3단계 생산라인을 내년 3월, 10월에 가동한다는 목표다. 이렇게 될 경우 BOE의 중소형 OLED 연간 생산능력은 최대 3억4500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수율과 가동률 등을 고려해도 출하량은 2억대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연간 생산능력 3억3600만대를 웃도는 규모다. 업계 2위 LG디스플레이의 연간 생산능력인 1억800만대의 3배가 넘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롤러블 OLED 시연 모습.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다만 기술력에서는 여전히 국내 업체들과 BOE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BOE는 최근 국내 업체들이 계약을 체결한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가칭 아이폰13) 공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IT 매체 기즈차이나는 “BOE가 아이폰13용 OLED 공급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애플의 공급망에 BOE가 제대로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BOE가 애플이 새롭게 요구하는 ‘터치일체 OLED’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공급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술은 터치 기능을 OLED 패널에 내장한 것으로, 기존 OLED 패널에 비해 더 얇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올해 LG디스플레이가 양산에 성공했다.

BOE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와 삼성전자의 중저가 모델에 저렴한 가격으로 OLED 패널을 납품하는 방법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코로나19로 저렴한 중국산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BOE의 OLED 출하량이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국은 한국의 OLED 시장 주도권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BOE의 시장 점유율이 6%에서 내년 13%로 2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77%에서 내년 65%, LG디스플레이는 올해 8%에서 내년 7%로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