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성장주 중심으로 오르던 주식시장에서 전통적인 가치주, 그중에서도 통신 3사 주가가 두자릿수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 배당 매력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의 주가 부양 의지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통신 3사의 주가 상승률을 집계해보면, 연초 이후 21일까지 SK텔레콤(017670) 주가는 30%가 올랐다. KT(030200)는 29.6%, LG유플러스(032640)는 24.7%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0%가 채 안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선전한 것이다.
통신사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종합해 보면, 통신 3사의 영업이익 합산은 1조1086억원으로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돌았다.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를 끌어올릴 수 있는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등 주력 통신부문 실적이 양호했던 것이 '깜짝 실적' 비결로 꼽힌다. 이에 따라 연초 3조7000억원대 선으로 추정되던 통신 3사의 연간 영업이익 합산은 현재 4조원대로 올라간 상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에 따라 나스닥 성장주가 조정받고 있는 것처럼 국내 증시에서도 숫자(실적)를 확실하게 증명하면서 배당이 잘 나오는 통신주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통신업종 주가 부양의 선봉에는 SK텔레콤(017670)이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통신뿐 아니라 비(非)통신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며 회사를 통신업과 비통신업으로 쪼개는 인적분할안을 발표했다. 이어 5월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10%에 달하는 869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들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KT' 구호를 내걸고 비통신 사업을 공격 확장하고 있는 KT의 구현모 대표 또한 올해 초 미디어 사업 컨트롤타워인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며 잰걸음하고 있다. 전날에는 국내 최고 과학기술 연구기관인 KAIST와 손잡고 AI·소프트웨어 기술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는 역대 KT CEO와 비교해도 특히나 주가 부양에 공격적으로 임하는 편이다"라면서 "내년 임기 3년 차를 맞는 구 대표가 연임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성과가 필요하고, 전례를 봤을 때 이는 주가를 올려 주주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KT는 구 대표 임기 1년 차인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투자자 미팅 등을 하며 기업설명(IR)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1일에도 구 대표가 직접 나서 투자자 미팅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의 경우 LG그룹 중 최초로 올해 CEO 평가지표에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 자사주 매입 등에 대해 신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논의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 KT가 공격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막 출범한 황현식호 LG유플러스의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증권 전문가들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그 시기를 즈음해 요금 인하나 시설 투자 등 관련 규제가 부각될 수 있는 만큼 올해 말까지 통신사 주가가 고공행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선 등 정치적 변곡점마다 통신업종이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투자자들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 주가에 이런 우려가 반영되는 시점은 내년 1~2월 실제 정책, 규제 등이 부각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