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 노바백스 ,모더나 백신이 전시돼 있다. 이날 행사에서 노바백스와 모더나는 우리나라 업체와 연구, 생산 협력 MOU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연구·생산 협력이 강화되면서, 현재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국산화 작업에도 시동이 걸렸다.

2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 체결된 ‘한미 백신 파트너십’에 따라 한미 양국은 총 3건의 mRNA 백신 관련 계약이나 연구 협력을 맺게 됐다.

기업 차원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모더나와 mRNA 백신 수억회분을 오는 3분기부터 국내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생산의 핵심 공정인 원액생산(DS)이 아니라 모더나가 공급하는 원액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병입공정(DP)에 참여하는 수준이지만, mRNA 백신을 처음으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장기적으로 mRNA 백신 자립화를 앞당길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과 모더나가 mRNA 백신 연구 프로그램 공동 개발, 임상 연구 수행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지난 18일 미국 보건부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 서신을 통해 mRNA 백신 확보 등을 위한 연구 협력 의향을 확인, 향후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3건 모두 아직 구체적인 협력 내용이 공개되거나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와 업계는 이를 계기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산 mRNA 백신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내 여러 기업이 mRNA 기술을 활용해 백신 개발을 추진 중인 걸로 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mRNA 원천 기술을 조속히 확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초 ‘mRNA 백신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기업들의 국산 mRNA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번 협력으로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거라는 기대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도 “향후 협력 사업을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코로나19 백신 등 국내에서 필요한 다양한 질병에 대한 mRNA 백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RNA 백신은 효능과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받아 혈전 논란을 겪은 아스트라제네카(AZ)·얀센 백신에 비해 대중의 선호도가 높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모더나와 화이자가 역사상 최초로 상용화한 백신인 만큼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선 아직 고난도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한미사이언스·제넥신·에스티팜 등 10개사가 mRNA 백신 기술 확보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고, 바이오벤처 기업 아이진은 지난해부터 독자 기술로 mRNA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해 다음 달 국내 최초로 임상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