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 아시아 최대 규모로 들어선 애플 매장에 소비자들이 몰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중국 정부에 아이폰 고객 정보를 넘겨 사전 검열을 협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최근 전·현직 직원 17명, 보안전문가 4명을 인터뷰하고 애플 내부 문서를 참고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애플이 중국에서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선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절해온 개인정보 제공과 검열 협조 관련 중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고 협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애플 글로벌 매출의 20%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NYT에 따르면 애플은 2017년 중국 법에 따라 중국 아이폰 고객의 데이터를 중국 국영기업이 소유한 서버로 옮기는 데 동의했다. 해당 서버는 중국 정부가 관리하고 그 속에 저장된 고객 이메일, 사진, 연락처, 일정, 위치정보 등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중국 정부의 자국민 사전 검열에 적극 협조하게 된 셈이다. NYT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요구를 수차례 거절했지만, 결국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애플이 중국 정부에 협조한 행위 중 하나는, 천안문광장·파룬궁·달라이 라마·티베트 독립·민주화 시위 등 중국 정부가 싫어하는 주제에 대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중국판 앱스토어에서 삭제해온 것이다. 수년간 수만개의 앱이 사라졌다.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2년간 중국 정부의 삭제 요청의 91%를 수용했다. 같은 기간 다른 나라에선 정부의 삭제 요구의 40%만 수용했던 것과 대비된다.

니콜라스 베켈린 앰네스티 아시아 국장은 “애플은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검열 기계’의 톱니바퀴가 됐다”며 “중국 정부의 행동에 대해, 애플은 그간 고수해온 원칙(개인정보 보호)을 옹호하고 중국 정부에 반발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NYT는 쿡 CEO가 이 사안에 대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애플 대변인은 “우리는 여전히 중국 고객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키를 통제하고 있고, (이를 위해) 가장 진보된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앱 삭제는 중국 법을 준수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