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는 엔터테인먼트밖에 없다.”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게임사들이 최근 본업인 게임뿐 아니라 부업에 몰두하고 있다. 게임 하나에만 치중했던 사업 구조는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흔들릴 가능성이 커서다. 아직 본업을 넘어선 수익 창출은 요원한 상황이지만,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엔씨소프트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 1월 28일 K팝 플랫폼 서비스 ‘유니버스’ 운영을 시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 자회사 클렙은 올해 1분기 매출 17억8400만원, 영업이익 4400만원을 기록했다. 회사 전체에서 썩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첫 성적표로는 나름 선전했다는 게 게임 업계 평가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니버스가 엔씨소프트 실적에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지만, 카카오 소속 아티스트들을 포함한 16개팀의 입점, 멜론 계정 연동을 통한 연계 시너지 등 의미 있는 기업가치로 격상할 것”이라고 했다.
엔씨소프트가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두는 건, 게임을 통해 쌓은 여러 정보기술(IT) 기술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접목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래 먹거리로서 IT 기술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유니버스의 경우 현재 게임 등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각 K팝 아티스트들의 팬들은 유니버스라는 가상공간에서 콘서트, 팬미팅 등 팬덤(fandom·열성팬) 활동을 즐기고 있다. 메타버스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에도 유리하다. 해외에서 인기와 인지도가 높은 K팝 스타를 활용하는 것이다.
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게임 그래픽 기술 모두 유니버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구현된다.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을 게임이나 영화, 음악 등으로 폭넓게 활용할 수도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우리 게임산업은 기술적으로 정의할 때 디지털 액터(배우)를 만드는 산업이다”라며 “인간처럼 표정을 짓고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디지털 액터가 게임 산업의 도전 과제로, 게임과 같은 미래문화산업이 디지털 액터 기술로 쌓아 올려질 것이다”라고 했다. 결국 ‘문화’라는 관점에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는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넷마블도 엔터테인먼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으로 유명한 하이브(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지난 2018년 2014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넷마블은 하이브의 2대 주주(25.71%)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친척관계로 알려져 있다.
방준혁 의장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라는 이종(異種) 문화 콘텐츠의 융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BTS를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 BTS 월드와 BTS 유니버스 스토리 등을 선보였다. 전 세계 173개국에 정식 출시한 BTS 유니버스 스토리는 지난해 출시된 지 4시간 만에 국내 앱스토어 무료게임 부문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넥슨 지주사 NXC는 보다 전방위적으로 부업에 집중하고 있다. 유아용품에서부터 반려동물 사료, 가상화폐, 모빌리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중이다. 먼저 지난 2013년 노르웨이의 유아용품업체 스토케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캐릭터·교육교재·출판·어린이재활병원 등으로 NXC의 사업영역을 넓히는 데 스토케 인수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평가됐다.
NXC는 이탈리아 반려동물 사료 기업 세레레도 지난해 약 278억원에 인수했다. 세레레는 1977년 설립된 기업으로 2019년 약 1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2017년 인수한 반려동물 사료기업 아그라스델릭을 통해 세레레를 인수했는데, 두 기업의 연간 매출은 1000억원 이상으로 여겨진다.
NXC가 투자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분야는 모빌리티다. NXC는 지난달 FGX 모빌리티에 약 942억원을 투자, 지분 99.05%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분 취득 예정일은 오는 6월 30일이다. 다만 해당 회사는 지금까지 크게 알려진 적이 없어 투자 방향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졌다. NXC 측은 “국외 모빌리티 기술 보유 법인에 간접 투자를 통한 투자 수익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