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북 프로. 삼성 노트북으로서는 처음으로 OLED 패널을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내부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나와 주목된다. TV 등을 담당하는 VD사업부는 그간 OLED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맡고 있는 무선사업부는 최근 노트북 디스플레이로 처음 OLED를 채용하는 등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북 프로는 회사가 출시한 윈도우 10 운영체제(OS) 적용 노트북·태블릿 중 최초로 능동행렬(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사용했다. OLED 패널은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자를 채택하고 있어 액정표시장치(LCD)처럼 백라이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패널 두께를 기존 LCD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휴대성이 중요한 노트북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갤럭시북 프로 13인치의 두께와 무게는 각각 11.2㎜, 880g이다.

이는 삼성전자 갤럭시북이 경쟁하고 있는 LG전자 노트북 ‘그램’이 얇고, 가벼운 무게를 특장점으로 내세운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OLED를 먼저 노트북 제품군에 채용,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OLED 자체가 고화질·저전력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TV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VD사업부의 경우 현 시점에서의 OLED 채용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화질 면에서는 분명 OLED가 우수하지만, 번인(열화 현상) 등 단점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북 프로

유기 소자를 사용하는 OLED는 디스플레이 재생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자 수명이 다해 화면에 잔상이 남거나 색이 변하는 열화 현상이 나타난다. 화면을 꺼도 얼룩이 생기고, 화면을 켰을 때는 색이 바래지는 등 색 표현에서 영구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OLED TV를 내놓았는데, 당시에는 번인 문제가 아니라 수율(합격품 비율)이 낮아 사업을 포기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종희 삼성전자 VD사업부장 사장은 지난해 초 “영원히 OLED는 안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VD사업부가 지적하고 있는 번인 문제를 픽셀 방식으로 일부 해결하고 있다. 해당 픽셀 기술은 지난 2008년 삼성전자가 특허권 전체를 인수한 미국 실리콘밸리 디스플레이 전문 업체 클레어보이언트의 서브픽셀 랜더링 디스플레이(SRD) 기술 ‘펜타일’이다. 현재는 ‘다이아몬드 픽셀’이라고 부른다. 다이아몬드 픽셀은 디스플레이 픽셀 하나를 구성하는 RGB(적색·녹색·청색) 소자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늘어놓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4년 갤럭시S5에 첫 적용됐고, 당시 상표권도 등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다이아몬드 픽셀

다이아몬드 픽셀은 일자(一字)형 픽셀보다 작은 픽셀 수로 동등한 화질을 낸다는 장점이 있다. 빛을 내는 소자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그만큼 전력을 덜 소모한다. 픽셀 밀도가 떨어져 화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최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서는 이런 단점도 모두 사라졌다.

특히 OLED는 유독 청색(B) 소자의 수명이 짧고, 효율이 떨어지는데, 다이아몬드 픽셀 방식에서 B소자는 적색(R), 녹색(G) 소자보다 크게 만들어 수명을 늘리는 효과를 낸다. 이에 따라 움직임이 없는 운영체제(OS) 화면을 수 시간 동안 표현하고, 긴 작업 시간에 화면 전환이 거의 없는 작업을 주로 하는 노트북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VD사업부도 OLED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에서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중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QD(퀀텀닷)-OLED 패널을 비롯한 QD(퀀텀닷)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어서다. 이미 충남 아산캠퍼스의 일부 라인을 QD디스플레이 전용 라인으로 변경하고, 기술 개발 및 양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QD디스플레이는 현재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별히 관심을 쏟고 있는 프로젝트로, 지난 2019년부터 2025년까지 13조원이 투입된다.

전자 업계는 나아가 삼성전자가 내년 QD-OLED를 적용한 TV를 내놓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종희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심히 개발하고 있고, 샘플은 받아봤다”고 했다. 전자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OLED는 단순히 OELD 패널을 개발할 수 있고, 없고로만 볼 게 아니라, QD디스플레이 전환의 흐름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