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민경

최근 모바일 사업 철수를 공식 선언한 LG전자(066570)의 뒤를 이을 유력한 ‘스마트폰 열등생’ 소니가 반전 성적표를 내놨다. 최근 회계연도 2020년(2020년 4월~2021년 3월) 실적 발표를 한 소니는 모바일 사업부에서 277억엔(약 2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2017 회계연도 이후 3년 만의 흑자 전환이다.

소니 측도 ‘예상을 뛰어넘는 소식’이라고 자평하면서 “스마트폰을 많이 팔았다기보단, 원가 절감과 평균판매가격(ASP) 인상 등에 따른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기간 소니가 출하한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290만대로 전년(320만대)보다 약간 줄었다. 소니는 모바일 사업부에서 흑자 전환을 한 만큼 당분간 사업 철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전자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모바일 사업이 2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적자 규모는 약 2800억원, 누적 기준으로는 5조원을 웃돌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7월 31일 자로 스마트폰 생산·판매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해가 갈수록 적자가 쌓여가 사업 철수를 과감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LG전자와 달리, 적자 규모를 줄여 흑자 전환까지 성공한 소니의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삼성전자(005930),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수익을 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한다. LG전자와 달리 소니는 특정 틈새시장을 중심으로 수익성 좋은 스마트폰 소량을 파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 빛을 발했다. ‘박리다매’보다 ‘선택과 집중’이 빛을 봤다는 것이다.

소니는 일본 현지와 유럽 일부 지역 등에서만 한정적으로 스마트폰을 판매 중이다. 대신 소니의 강점인 이미지센서, 디자인 등을 차별성으로 내세워 ‘엑스페리아’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는 73만2000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며 점유율 6.4%로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애플(52.6%), 샤프(12.4%), 교세라(7.0%), 삼성전자(6.8%)에 이은 것이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소니가 ‘급한 불’을 끈 만큼 모바일 사업부를 어떻게든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LG전자가 ‘가전’ ‘전장’을 사업의 핵심축으로 가져가면서 자체 아이덴티티가 떨어지는 모바일 사업부 유지가 필요없다고 판단했던 반면, 소니의 경우 모바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라며 “회사가 주력사업으로 밀고 있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카메라(이미지센서) 등을 구현, 연결해줄 핵심 기기가 모바일인 만큼 큰 그림에서 모바일 사업부는 당분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 소니의 모바일 기기가 소니의 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는 핵심 기기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