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영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등장은 업무 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사 출근 대신 재택근무가 많아졌고 협업 메신저, 화상 회의 등 비대면 소통 비중이 커졌다.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며 기업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쓸데없는 이동 시간, 사무실 공간에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업무에 ‘번아웃’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효율성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직원들의 업무가 과중하지 않은지 살펴보고 문제점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조선비즈에 제공한 업무동향지표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의 58%가 높은 생산성에 지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MS가 앞서 글로벌 지표를 발표한 바 있지만 국내 데이터는 처음 공개된 것이다. MS는 한국을 포함한 31개국 직장인 3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고, ‘번아웃’ 항목에서 글로벌 평균은 39%, 아시아 평균은 36%, 일본은 48%였다.

디지털 업무 환경 속에서 나타나는 업무 과중은 실제 MS 플랫폼에서 집계된 지표로도 확인된다. MS가 지난해 2월과 비교해 올해 2월 서비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직장인들이 협업솔루션 ‘팀즈’로 원격회의에 참여한 주당 평균 시간은 148% 증가(약 2.5배)했다. 팀즈를 이용한 주당 평균 채팅 횟수 또한 45% 늘었다. 이 가운데 퇴근 후 채팅 빈도는 1인당 평균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메일 발송량은 406억건 많아졌다.

MS는 “팀즈 통화나 회의 가운데 62%가 예정 없이 즉흥적으로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미팅과 채팅의 홍수 속에서 50%가 5분 내 답변이 이뤄졌고 직원들은 계속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MS는 또 업무동향지표 보고서에서 디지털 웰니스센터의 창업자 메리 도너휴 박사의 말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디지털 업무 환경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우리가 지쳐가는 것은 비대면·가상 업무가 부른 속도감과 촉박함에 쫓기기 때문이다. 사람 간 직접 만나서 의사소통을 한다면 목소리 톤이나 몸짓, 눈치 등을 살펴서 맥락,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당신이 전달하려는 바와 상대방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서 차이가 생기고 불협화음이 난다. 이러한 잡음이 심해질수록 직원들은 피곤하고 초조해하며 번아웃에 이르게 된다. 반면 동기 부여는 갈수록 줄어든다.”
메리 도너휴 박사

MS는 직원들이 얼마나 과로에 시달리는지 업무 강도를 체크,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예컨대 MS에서 개발한 직원경험플랫폼 ‘비바’는 업무 패턴이나 흐름에서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분석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번아웃 위기에 있는지 판단해 경고해 줄 수 있다.

제라드 스파타로 MS 365 부사장은 “급변의 시대에서 기업의 선택은 앞으로의 몇 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명확한 비전과 성장 마인드셋이 꼭 필요하다”면서 “리더와 조직은 회사 운영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재건해 유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