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CP는 훌륭한 콘텐츠를, ISP는 훌륭한 인터넷 접속 경험을.” (넷플릭스)

“과도한 트래픽 때문에 넷플릭스 전용회선을 만들 정도다.” (SK브로드밴드)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3차 변론 기일. 망 사용료를 둘러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 입장 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앞서 넷플릭스는 SKB가 망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자 자신들에겐 그러한 빚(채무)이 없다며 지난해 4월 이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 역할은 콘텐츠 사업자(CP)로서 소비자들에게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지 통신망 유지·관리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반면 SKB는 국내에서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상당한 만큼 통신사 부담도 크다며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날 재판에서 ‘인터넷 거버넌스 원칙’을 강조했다. ‘전 세계 누구나 평등하고 자유롭게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는 인터넷 기본 정신으로 SKB가 주장하는 망 사용량에 비례해 비용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SKB와 같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는 전송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CP는 인터넷 이용자 중 하나로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CP에 망 사용료를 달라는 것은 ISP가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SKB가 주장하는 망 이용대가는 트래픽 증가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측은 “해답은 기술 혁신에 있고 우리는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오픈커넥트(OCA)가 그 예다.

OCA란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된 관련 설비에 미리 동영상 콘텐츠를 전송해 둔 후 가장 가까운 지역 네트워크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전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용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콘텐츠를 전송하기 때문에 많은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을 전달해야 하는 경우에도 화질이 떨어지거나 끊어지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자체 글로벌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ontent Delivery Network) 시스템인 OCA를 2012년부터 구축해왔다.

넷플릭스 측은 “OCA를 통해 트래픽 절대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가용 대역폭에 따라 비트레이트를 조절하는 기술, 보다 적은 대역폭으로 장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압축기술 등 망 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해결책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

반면 SKB는 넷플릭스에서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며 대가를 지불하는 게 정당하다고 맞섰다. SKB 측은 “넷플릭스 가입자가 많아지며 일반망으로 소통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며 “넷플릭스만을 위한 전용회선을 만들어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또 ‘인터넷 접속료에는 접속의 대가와 사용의 대가가 포함됐다'는 넷플릭스의 논리에 대해 “처음에는 사용의 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전송료만 지불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며 “스스로 용어도 정리되지 않은 어설픈 이론으로 현혹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을 접속과 전송으로 구분하면서 넷플릭스가 직접 접속한 ISP에 대해서만 접속료를 내는 게 맞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SKB는 넷플릭스가 직접 접속한 ISP가 아니라는 것이다.

SKB 측은 넷플릭스 이용 관련 영문 약관에 ‘가입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가입자에게 단말기를 보내준다' 등의 문구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넷플릭스에게 망 이용 대가를 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 기일에 판결을 내린다고 밝혔다. 선고 날짜는 오는 6월 25일 오후 1시 5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