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란희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화웨이 제재 영향이 올해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지각변동할 전망이다. 화웨이가 지난 한 해 2억대 가까운 스마트폰을 출하한 회사였던 만큼 이 자리를 파고들기 위한 각 사 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그 외 시장에서 화웨이와 싸워 온 삼성전자(005930)도 중대기로에 놓이게 됐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글로벌 1등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현재 스마트폰 전략을 유지해도 되는 걸까.

조선비즈는 ‘위기의 갤럭시’ 기획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서면·전화를 통해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김종기 산업연구원 신산업실장, 강경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을 인터뷰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화웨이 빈자리 특수를 이른바 ‘O(오포)V(비보)X(샤오미)’라 불리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상당 부분 누리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OVX를 잡기 위한 중저가 라인업인 갤럭시 A시리즈 등을 강화하고, 이들이 주 타깃으로 하고 있는 신흥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 시장에 OVX가 본격 참전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한 ‘초격차 전략'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삼성전자를 둘러싼 글로벌 스마트폰 정세는 어떤가.

김경준 “1920년대만 해도 자동차 만드는 회사가 전 세계 200곳이 넘었다. 1980년대 이 숫자가 20~30개로 줄었고, 현재 다시 10개(양산차 기준, 중국회사 제외) 미만으로 줄었다. 산업이 성숙하면 기업이 과점화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스마트폰도 비슷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팬택, SK텔레텍(‘스카이’ 제조사), 현대큐리텔(현대전자 통신사업부), LG전자(조만간 사업종료) 같은 회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만 남지 않았나.

핵심 제조사만 남은 상태에서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을 것이다. 디바이스(기기) 제조 능력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이 이상 만들기 어려울 정도로 잘하고 있다고 본다.”

김종기 “화웨이 몫을 OVX로 대변되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상당 부분 가져갈 것 같다. 미국에서는 중국업체가 어차피 힘들고 유럽에서는 삼성전자가 일부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겠지만, 화웨이가 점유하고 있었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글로벌 1위(하단 그래픽 참조)를 차지하긴 했지만 갤럭시S21 등 신작 효과가 끝나는 2분기 이후 경쟁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강경수 “디테일하게 보면 주로 오포와 샤오미가 화웨이 점유율을 나눠 가졌다. 지난해 4분기에는 샤오미가 가장 큰 수혜를 봤으나 올 상반기는 오포의 3개 브랜드(오포·리얼미·원플러스)가 가장 많은 파이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비보도 공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로서는 연간 출하량 3억대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가는 애플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고, 그 외 시장에선 오포·샤오미가 굉장히 공격적인 모습이다.”

그래픽=이민경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갤럭시S 같은 프리미엄폰에 이어 중저가 라인업인 A·M을 강화하고 있다.

김종기 “한국 휴대폰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천 중 하나가 프리미엄 전략이었다. 프리미엄폰에서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보급형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은 의미가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과 경쟁하는 애플의 경우 iOS라는 독자 운영체제(OS)를 갖고 있지 않나. 안드로이드 OS 진영에서는 삼성과 중국 업체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우는 중국 업체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보급형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갤럭시A·M을 소비하는 신흥 시장은 향후 프리미엄폰 잠재적 수요처이기도 하다. 중국도 초기에는 보급형 스마트폰 중심으로 팔리다가 대도시 중심으로 빠르게 프리미엄폰으로 교체됐다.”

강경수 “2019년부터 애플 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도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S시리즈'에 의존하는 전략이 작년, 재작년 전체 매출 감소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ODM(제조사개발생산), JDM(합작개발생산)을 늘리는 것도 이 일환이다. 중저가 확대는 점유율 유지에 도움이 되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삼성 스마트폰, 무엇이 더 필요할까.

강경수 “A시리즈에 힘을 주는 것은 매우 좋은 결정이지만, 여전히 온라인·오프라인을 동시에 적절히 공략하는 전략이 약하다. S의 고가 전략은 애매하다. 품질·이미지를 제고하든, 아예 가성비를 갖춘 제품군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애플이 고가 사용자를 다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결단이 필요하다.”

김종기 “이제 중저가 시장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현재 사실상 독주하고 있는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 업체들은 프리미엄급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가성비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다. 이런 경쟁은 내년 격화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에서 차별성이 필요하다.”

김경준 “삼성전자가 애플과 달리 독자적인 OS가 없는 것은 결정적 약점이지만, 이는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여러 플랫폼과 연계해 삼성만의 생존 방식을 찾아나가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노트북(갤럭시북 프로 2종)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기기인 갤럭시 제품과의 연동성을 강화한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제품 대량생산 노하우가 있는 회사다. 아프리카, 인도 같은 보급형 시장에 물량을 댈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해볼 만 하다. LG전자 스마트폰 핵심 인력을 적극 영입해서 판을 키우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