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공개된 갤럭시A 신제품 소개 영상.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1월 예년보다 두 달가량 빨리 프리미엄 라인업인 ‘갤럭시S21′ 신제품을 공개한 데 이어 3월에는 중가 라인업인 ‘갤럭시A’ 시리즈 3종을 공개하는 이른바 ‘삼성 갤럭시 어썸 언팩(Samsung Galaxy Awesome Unpacked)’을 열었다. 그간 갤럭시S 시리즈와 차별을 두기 위해 A시리즈에는 빠졌던 방수·방진 기능,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등이 대거 채택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만큼 A시리즈에도 힘을 싣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는 최첨단 기술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혁신 기술의 대중화를 선도해 왔다”라며 “갤럭시A 시리즈는 소비자들이 원하고 기대하는 최신 혁신과 강력한 기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삼성의 의지를 보여주는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갤럭시S 시리즈가 스마트폰 사업부의 매출 규모·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면, A시리즈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 1등‘을 이어가기 위한 최전선에서 싸우는 핵심 제품군으로 꼽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최근 1년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가격 트렌드를 보면, 500달러(약 55만원) 이상의 고가 시장은 정체 또는 미미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300달러(약 33만원) 미만의 중저가 시장이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라며 “인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유입되는 신규 유저가 늘고 있는 반면 고가 제품의 교체 주기는 늘어났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연간 출하량 3억대’라는 매직 넘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저가 시장 사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픽=이민경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 집계를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5000만대선까지 무너진 상황이다. 이 숫자를 지난 2017~2019년도 수준인 2억9000만~3억대 가깝게 맞추기 위해서는 A시리즈를 많이 팔아야 한다. 지난 한 해 전 세계적으로 1억9000만대가량을 출하한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 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어느 정도라도 가져온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러나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3형제‘인 샤오미·오포·비보가 빠른 속도로 존재감을 키워나가면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등 신작 조기 출시 등에 힘입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3%로 1위를 지켰으나, 신작(아이폰12, 지난해 4분기 출시) 효과가 끝난 애플의 기세가 여전하고, 샤오미·오포·비보는 약진 중이어서 2분기 이후 1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샤오미는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80%나 늘어난 49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며 삼성전자를 위협 중이다.

스마트폰 업계를 잘 아는 관계자들은 결국 ‘S’ 수준의 A시리즈여야만 샤오미 같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 경쟁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S 이상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 좀 더 확실한 고부가 기능으로 몸값을 높여야 한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는 “폴더블폰이 하반기 확실히 프리미엄급으로 자리 잡고, S 시리즈가 노트 기능을 받는 등 기능을 강화한다면, A 시리즈가 연쇄적으로 S 수준의 기능을 대거 빨아들이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의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내놓은 갤럭시A52, A72. /삼성전자 제공

2019년 2월 인도 시장을 겨냥해 나온 온라인 전용 모델 ‘갤럭시M’ 시리즈도 출하량 회복을 위해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빠르게 보급되며 상대적으로 회복 속도가 빠른 미국·유럽 등과 달리 인도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5만명에 육박하는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인도는 코로나19 종식을 점치며 외부 활동을 제한 없이 했고, 그 결과 스마트폰 판매량도 코로나19 사태 초창기였던 전년 동기(2020년 1분기) 대비 23% 증가한 3800만대를 기록(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2분기 이후부터는 삼성으로선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별 백신 보급이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인도, 중국 등 신흥국 중심으로 팔고 있는 갤럭시M 같은 모델은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라며 “삼성으로선 초저가 시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M을 인도뿐 아니라 유럽, 동남아, 중남미 등에서도 판매하며 소비처를 다변화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2019년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와의 협업으로 국내에서도 첫선을 보였던 갤럭시M 시리즈는 지난 28일 2년 만에 온라인 전용 자급제 모델(갤럭시M12)로 재차 출사표를 던졌다. 가격대는 19만원이다. 그간 생산해 놓은 갤럭시M을 팔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선언한 LG전자(066570)의 빈자리를 노리고 국내 시장까지 도전장을 내민 샤오미를 견제하는 뜻도 담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