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 지식재산권(IP)의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토종 웹툰 플랫폼의 콘텐츠가 해외에서 영상물로 제작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송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K-웹툰’이 세계 콘텐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제작된 웹툰 원작 영화 '너클걸'./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툰 ‘너클걸’을 영상화한 일본 영화가 오는 2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전세계 240여개국에서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영화 너클걸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크로스픽쳐스와 아마존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하고, 한국인 감독·작가와 일본 배우가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동명의 카카오페이지 인기 웹툰이 원작인 너클걸은 복싱선수 ‘란’이 범죄조직에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불법 격투에 참여하는 범죄액션물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란역은 일본 배우 미요시 이야카가 연기한다. 원작 웹툰은 지난 2014년 한국에서 연재됐고, 일본 픽코마에서도 공개되는 등 국내외에서 두터운 팬덤을 갖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카카오엔터 플랫폼에서 연재된 웹소설·웹툰 ‘호형호제’를 원작으로 한 태국 드라마가 글로벌 OTT ‘아이치이’(iQIYI)를 통해 동남아 지역은 물론 180여개국에서 공개됐다. 아이치이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전 세계에서 1억112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호형호제의 IP가 확장된 건 이번이 두번째다. 카카오 웹툰 ‘호형호제’는 ‘결혼 장사’ ‘장르를 바꿔 보도록 하겠습니다’를 쓴 KEN 작가의 웹소설을 웹툰화한 노블코믹스(웹툰화된 웹소설 IP)다. 마음 속 상처를 품은 주인공 상화가 온라인 게임을 통해 이금을 우연히 만나면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토종 웹툰 IP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곳은 일본이다. 최근 방영되거나 방영 예정인 카카오 웹툰 해외 영상화 작품 5개 중 4개가 일본에서 만들어진다.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됐던 ‘아쿠아맨’도 오는 2025년 후지TV와 해당 방송사 자체 OTT 플랫폼인 FOD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카카오·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이들의 오리지널 IP를 사용해 해외에서 영상으로 확장된 사례는 최근 공개되거나 공개 예정인 작품 기준으로 12개다. OTT 콘텐츠부터 북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네이버웹툰 원작 ‘로어올림푸스’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제작사가 원치 않아 공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포함하면 웹툰 해외 영상화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토종 웹툰 원작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 OTT 플랫폼들의 협업 제안이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 2018년 카카오 웹툰으로 연재된 ‘사내맞선’의 경우 지난해 드라마로 제작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후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서 원작 웹툰 역주행을 이끌어내 거래액과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웹툰을 영상화한 드라마 한 편이 OTT 순위까지 바꾼 상황이다. 국내 OTT 점유율 꼴찌를 기록하던 디즈니플러스는 강풀 작가의 웹툰 ‘무빙’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공개한 후 지난달 국내 애플리케이션 일일 이용자 수(DAU) 100만명을 돌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례가 증명하듯 인기 웹툰 IP를 영상화하는 건 해외 제작자들에게도 매력적”이라며 “출판 만화 종주국 일본과 글로벌 OTT 본고장 북미에서 한국 웹툰 IP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웹툰의 위상이 올라가고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