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머리가 아둔하다고 ‘새대가리’라고 부르면 안 될 일이다. 호주에서 쓰레기통을 두고 인간과 앵무새 사이에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이 쓰레기통이 열리지 않도록 장치를 고안하면 새가 뚜껑을 여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의 바버라 클럼프 박사 연구진은 13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호주 시드니 교외에서 쓰레기통을 두고 인간과 새 사이의 경쟁이 전형적인 문화 진화의 형태를 보였다”라고 밝혔다.
◇쓰레기통 두고 머리싸움 벌어져
연구진은 2018년 호주 시드니에서 큰유황앵무새(Cacatua galerita)가 쓰레기통을 뒤져 빵과 과일 같은 먹이를 찾는 것을 발견했다. 새는 부리로 뚜껑을 잡고 경첩이 있는 가장자리로 걸어가 쓰레기통을 열었다.
연구진은 앵무새들이 쓰레기통 뚜껑을 여는 방법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클럼프 박사 연구진이 2021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8년만 해도 시드니 교외에서 쓰레기통을 여는 앵무새가 세 차례 발견됐지만 2019년에는 44건으로 늘었다.
새가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쓰레기들이 주택가 마당과 도로에 어질러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주민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연구진은 교외 주택가 네 군데의 쓰레기통 3283개에 새를 막는 장치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새와 인간의 두뇌 싸움은 치열했다. 사람들이 쓰레기통 위에 벽돌 같은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자 앵무새는 머리로 밀어내고 뚜껑을 열었다. 사람들은 좀 더 정교한 방법을 썼다. 경첩 사이에 쐐기처럼 막대를 질러두거나 신발을 끼워 새가 뚜껑을 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아직 새는 이에 대한 공략법을 찾지 못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전형적인 문화 진화 형태 보여
연구진은 쓰레기통 방어 전략이 가까운 이웃 간에 공유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한 사람이 쓰레기통을 지키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성공하면 이웃들이 같은 방법을 채용한 것이다.
새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새가 부리로 쓰레기통 뚜껑을 물어 열거나 머리로 벽돌을 밀어내는 방법을 찾아내면 다른 새들도 따라 했다. 앵무새들의 전략은 지역 별로 차이를 보였다. 혁신이 집단 내부로 퍼져 일종의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한때 문화는 인간의 전유물로 여겼지만, 지금은 여러 동물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인정받았다. 침팬지나 고래, 심지어 곤충에서도 일종의 문화 전파 형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많은 동물이 사람처럼 서로 배우면서 일종의 지역적인 전통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클럼프 박사는 “도시가 커지면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더 늘 것”이라며 “야생동물을 더 잘 이해함으로써 인간과 공존할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