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에서 거대한 구름이 걷히면서 밝은 빛이 쏟아진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이웃 은하에서 별들이 탄생하는 순간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그동안 우주 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던 곳이 우주로 향한 인류의 새로운 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7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타란툴라 성운(Tarantula Nebula)에서 별이 탄생하는 지역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 망원경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우주로 발사돼 올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파장 긴 적외선으로 우주 먼지 뚫고 관찰

성운은 우주에서 별이 탄생하는 곳이다. 우주 먼지로 이뤄진 구름이 중력에 수축되면서 별을 만든다. 성운을 의미하는 영어 네뷸라(Nebula)는 구름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타란툴라 성운은 지름이 340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이며, 지구에서 16만1000광년 떨어진 대마젤란 은하에 있다. 대마젤란 은하는 우리 은하를 공전하는 위성 은하이다.

사진을 보면 가운데 보석처럼 밝은 빛들이 보인다. 막 탄생한 수만 개의 별들이다. 제임스 웹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로 포착했다. 주변에 붉은색으로 보이는 곳은 장차 별이 태어날 지역이다. 이전에는 우주 먼지에 가려 아예 보이지 않았지만, 제임스 웹 망원경 덕분에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31년 동안 작동한 허블 우주 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주로 감지하지만, 제임스 웹은 적외선까지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시광선은 별이 탄생하는 우주 먼지와 구름 지역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파장이 긴 적외선은 이를 통과할 수 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중적외선 장비로 포착한 타란툴라 성운. 파란 부분이 별이 탄생하는 곳이며 왼쪽 아래는 우주 먼지가 워낙 밀집돼 적외선에도 불투명하게 보이는 곳이다./NASA

초기 우주 연구에 큰 도움 줄 듯

근적외선보다 파장이 긴 중적외선 장비(MIRI)는 타란툴라 성운의 또 다른 모습을 포착했다. 위 사진은 근적외선 사진의 가운데에 보이는 별 탄생 지역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에서 작은 점들은 별 탄생의 초기 단계인 원시별(protostar)이다. 파란색과 보라색으로 보이는 탄화수소가 베일 같은 먼지 구름을 걷어내고 있지만, 왼쪽 아래 부분은 우주 먼지가 워낙 밀집된 곳이어서 제임스 웹에도 완벽하게 불투명하게 보인다.

타란툴라 성운은 주변 은하에서 가장 크고 밝은 성운이다. 그만큼 별이 많이 생성된다는 의미다. 우리 은하에는 이곳처럼 대규모로 별이 탄생하는 곳이 없다.

과학자들이 타란툴라 성운에 주목하는 것은 우주가 탄생한 지 20~30억년 밖에 되지 않은 이른바 ‘우주의 정오(cosmic noon)’ 때 별이 집중적으로 탄생하던 지역과 화학적 조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나사는 타란툴라 성운의 별 탄생 지역을 장차 제임스 웹이 포착해낼 실제 우주의 정오 지역과 비교하면 우주 진화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여러 필터로 촬영한 외계 행성 'HIP 65426 b'./NASA

나사는 지난 1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태양계 밖에 있는 외계 행성을 촬영한 사진도 공개했다. 제임스 웹이 포착한 외계행성 ‘HIP 65426 b’는 2017년 발견된 가스 행성으로, 질량은 목성보다 5~10배 크고 나이는 1000만~2000만년에 불과하다. 지구 나이는 45억년이다.

행성은 항성(별) 주위를 돈다. 항성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지구처럼 별빛을 반사하는 행성보다 훨씬 밝다. 이 때문에 외계 행성을 고화질로 촬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다행히 HIP 65426 b는 지구와 태양 거리보다 100배 정도 항성과 떨어져 있어 분간이 가능했다. 하지만 워낙 항성과 멀리 떨어져 있어 그보다 1만 배 더 희미하다. 영국 가디언지는 마치 약 80㎞ 떨어져 거대한 등대 옆에 있는 반딧불이를 포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