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제작을 지원한 광복 뮤지컬 '새벽이 온다' 일부분. /유일한의 청년독립단 캡처

유한양행이 본격적으로 문화콘텐츠 사업에 시동을 건다. 연초 24억원을 뮤지컬 제작 법인에 투자한 데 이어 문화계 종사자를 법인 대표로 선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초 '암호명케이문화산업전문'에 24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목적은 경영 참여다. 해당 법인은 뮤지컬 제작을 위한 회사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법원 등기소에서 이 법인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법인 목적은 '뮤지컬 암호명케이의 기획, 제작, 투자 조달 등'으로 기재돼있다. 암호명케이라는 제목의 뮤지컬 제작을 위한 법인이라는 의미다.

유튜브 콘텐츠 '네고왕'에 출연한 유한양행 관계자. /유튜브 캡처

실제 문화산업전문회사(문전사)는 문화산업분야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설립되는 특수목적회사다. 특정 프로젝트가 기획될 때 설립돼 프로젝트 종료 후 법인도 사라진다. 대형 프로젝트 드라마와 영화, 공연 등의 분야에서 이 같은 형태의 조직을 활용한다.

유한양행은 연초 법인 투자에 이어 문화계 종사자를 법인 등기이사에 올렸다. 지난해 법인 설립 초기에는 이병만 유한양행 약품사업본부장 부사장과 김희재 작가가 이사로 등록됐었지만, 올해부터 새 등기이사를 내세운 것이다. 새 대표는 1975년생으로 영화배우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작가가 앞서 유한양행의 뮤지컬 제작에 참여했던 만큼 새 등기이사 역시 차기 작품 제작을 위해 합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이 제작을 지원한 광복 뮤지컬 '위국헌신' 일부분. /유일한의 청년독립단 캡처

유한양행 관계자는 "법인 설립 초기의 경우 회사 임원이 대표이사로 재직했지만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외부 전문가를 이사로 영입했다"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내놓았던 광복 뮤지컬 콘텐츠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7년 '나의 독립을 선포하라'를 시작으로, 2020년 '새벽이 온다', 지난해 위국헌신 등 독립운동가를 기리기 위한 광복 뮤지컬 제작에 꾸준히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동안 10분이 채 되지 않는 단편 콘텐츠를 제작했다면, 전문적인 법인을 통해 중장편 콘텐츠 제작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문화산업을 통해 전문적으로 기업 홍보를 할 수 있는 취지로 법인을 설립했다"라며 "제약사라는 본업의 특성상 문화콘텐츠 관련 사업을 사내에서 추진하는 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문화산업전문회사를 통해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다만 그는 "영리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