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화이자 사옥 입구. /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판매로 1조7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한국화이자가 희망퇴직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한 영업부서 개편 과정에서 부서 배치를 받지 못한 일부 영업사원이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리해고다”라는 말이 나온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화이자는 지난달 29일 일부 직원에게 희망퇴직 대상자임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받은 직원은 약 40명이며, 한국화이자에서 15년 넘게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화이자 전체 직원(423명) 10명 중 1명이 퇴직 권고 메일을 받았다는 뜻이다. 희망퇴직 조건은 법정퇴직금과 함께 근무 기간에 따라 최대 59개월 치 기본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급이 7000만원 선인 15년 차 직원은 법정 퇴직금을 포함해 3억9740만원(세전) 정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력감축은 이미 예고됐다. 한국화이자는 지난 7월부터 조직개편에 돌입했고, 그 당시 조직개편 계획을 통해 6개였던 영업부서를 3개로 줄이고 전체 영업사원 150명의 근무부서를 재배치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업 비중이 늘어난 데 따라 조직개편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 결과 영업사원 150명 중 70여명은 코로나 백신과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등 주요 제품 영업을 담당하는 부서로, 40여명은 기타 의약품 영업 부서로 재배치됐다.

결국 나머지 영업사원 40여명은 부서 재배치를 받지 못한 상태였는데, 이들이 희망퇴직 연락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화이자 직원들 사이에는 “회사가 희망퇴직을 명분으로 사실상 장기근속자에 대한 정리해고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월 “디지털 세상에서 인력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화이자 본사 발표한 이후, 브라질과 인도 지사에서 326명이 해고됐다.

올해 들어 외국계 제약사에서는 대규모 직원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추석 전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는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앞서 노바티스 글로벌 본사는 지난 6월 제약사업부와 항암사업부를 통합하고, 전 세계 8000명 직원 축소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특수로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린 한국화이자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화이자는 지난해 1조69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3919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23.9% 성장한 592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95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강승욱 전국제약바이오노조(NPU) 사무국장은 “지난해 한 해만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린 기업에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필요한 사람을 제외하고 남은 사람들에게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정리해고나 마찬가지다”라며 “외국계 제약사의 무분별한 희망퇴직은 제동을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외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좋은 커리어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노조는 오는 6일 항의 집회를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