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의 첫 중국 수출 물량을 실은 차량.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서 중국으로 건너간 보툴리눔 톡신 등 보톡스 제품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기타'로 분류됐던 보톡스 등 독소 제품이 올해부터는 별도 품목으로 집계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부담을 느낀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명확한 수치가 드러나지 않는 탓에 업계는 암암리에 보따리상(따이궁)을 통한 '무허가' 보톡스 판매·유통을 관행처럼 여겨왔었다.

국내 기업 중 중국에서 보톡스 제품 판매 허가를 받은 기업은 현재 휴젤(145020)이 유일하다. 메디톡스(086900), 대웅제약(069620), LG화학(051910) 등도 연이어 중국 시장 진출 준비에 한창이지만, 언제 K보톡스에 문을 열어줄지는 미지수다.

대웅제약(왼쪽)과 메디톡스(오른쪽)의 보톡스 제품.

◇ 올해부터 보톡스 품목코드 특정하자 70% '급감'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서 중국으로 수출한 보툴리눔 톡신 등을 포함한 독소 품목의 수출중량은 46.8t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5.36%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수출 금액 역시 1591만4000달러(약 213억원)로, 70.87% 급감했다.

독소는 마비를 일으키는 독이라는 의미로, 아주 미량으로도 마취할 수 있는 균주를 뽑아낸 것이다. 독성이 강하다 보니 만들 수 있는 제품이 한정적인데,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이 대표적이다.

한국산 독소 품목 중국 수출액은 지난 2016년 1588만달러에 그쳤지만, 해마다 증가해 지난 2019년 처음 1억달러를 넘어선 뒤 2021년까지 연간 기준 1억달러 안팎을 기록해왔었다.

그러나 올해 큰 폭으로 뒷걸음질했다. 이는 그동안 '기타' 항목에 포함됐던 보툴리눔 톡신 등 독소 등 품목이 올해부터 별개 품목코드로 집계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보툴리눔 톡신 등 독소 품목 등 기타 제품에 1이라는 코드를 부여했다면, 올해부터 독소 품목만 떼어내 2라는 코드를 새로 부여한 것이다.

관세청은 과거 보툴리눔 톡신이 포함됐던 기타 항목 내 다른 제품도 포함된다고 했지만, 제약·바이오 업계는 대부분을 보툴리눔 톡신으로 봤다. 기타 항목으로 분류됐던 탓에 추정에만 그칠 뿐 특정하지 못했었지만, 올해부터 독소 등의 품목이 별개로 집계되면서 투명하게 수출 실적이 공개된 것이다.

특히 2020년 10월까지 국내 업체 중 중국으로부터 보톡스 판매 허가를 받은 기업은 없었다. 이전까지 수출한 제품들은 사실상 '무허가' 제품인 셈이다. 보툴리눔 톡신 업계는 따이궁(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으로 제품을 판매·유통하는 것을 관행으로 삼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 산둥성, 2017년 광둥성 검역당국은 한국에서 보톡스 제품을 대거 휴대하고 중국으로 입국하려던 이들을 적발하기도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기획재정부에서 (독소 제품) 통계를 따로 잡기 위해 신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올해부터 독소 제품은 따로 분류하며 대부분은 보툴리눔 톡신이 포함되는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9일 관세·통계 통합품목분류표 일부 개정을 고시했다. 여기에 독소 등의 제품이 포함됐다. 당시 기재부는 관계부처 건의 등 국내 개정 수요를 반영했다며 신산업 관련 품목 등 핵심전략 품목에 대한 코드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미용의료 플랫폼 겅메이(更美)가 발표한 '2021 의료미용업계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중국 보톡스의 시장 규모는 40억위안(7818억원)에 육박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60억위안(1조1727억원)을 넘어서며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예상한 2025년 15억5500만달러(약 2조원)보다 빠른 속도다.

LG화학 이브아르 SNS 캡처

◇ 中 보톡스 두드리는 K보톡스, '묵묵부답'에 속만 타

현재 국내 기업 가운데 중국 당국으로부터 보톡스 판매 허가를 받은 곳은 휴젤이 유일하다. 지난 2020년 10월 '레티보 100유닛'을 허가받고, 같은 해 12월 첫 수출을 진행했다. 이후 중국 내 보톡스 판매 제품군을 지속해서 늘리는 중이다.

휴젤이 공시한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주요 제품 수출액은 601억원이다. 같은 기간 관세청 내 독소 제품 수출액이 200억원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 보톡스 매출은 역시 비슷한 규모로 추정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출액은 기업이 게재하지만 금융권 등과도 연결되는 만큼 축소하거나, 부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했다.

다만 휴젤 관계자는 "다른 업체와 경쟁 관계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특정 품목의 매출, 수출 비중을 따로 공개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휴젤에 이어 국내 기업들은 중국 보톡스 시장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중국 현지 당국은 묵묵부답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임상데이터를 제출하고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을 마쳤다. 올해 중 허가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당국의 발표가 언제쯤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 2018년 중국 당국에 보톡스 판매 허가 신청을 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LG화학과 휴온스 등도 중국 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임상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