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6월 29일 충북 청주 오송 식약처 브리핑실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해 품목 허가를 신청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에 대한 허가 결정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여름 휴가철 코로나19 유행으로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자 올해 초 벌어졌던 감기약 ‘품귀 현상’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제약업계에 소아용 감기약 증산을 요청했지만, 약국 등 시중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수급 불안정을 인정하고 감기약 제조업체는 물론 수입업체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식약처가 22일 국회에 보고한 ‘감기약 수급관련 계획’을 보면 식약처는 감기약 제조‧수입업체에 대해서는 현장감시를 서류점검으로 대체하고, 업무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이 있더라도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편의를 봐 주는 ‘감기약 생산증대 지원방안’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감기약 제조에 필요한 코데인과 같은 마약류 원료도 신속히 배정해 주기로 했다.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약처가 총력 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감기약 수급 사정이 좋지 않아서다. 앞서 식약처는 시중에 감기약이 부족한 것은 타이레놀과 같은 특정 감기약 브랜드에 수요가 몰린 탓이며, 대체 처방하는 약이 충분한 만큼 감기약 배분만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사, 약사 단체 및 제약‧유통협회 중심으로 ‘감기약 신속대응시스템’을 구축해 일선 약국이 우선 공급을 요청하는 품목을 매주 10개를 선정해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은 바로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식약처가 보고한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 점검(지난 10일) 결과 약사회가 공급을 요청한 10개 품목(아세트아미노펜 5개품목, 이부프로펜 2개품목, 복합제 3개품목) 가운데 ‘이부프로펜’ 2개 품목이 ‘재고없음’으로 확인됐다. 10개 품목의 대체 처방이 가능한 감기약으로 허가받은 64개 약 가운데 48개(75%)도 재고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가 도입한 ‘감기약 신속대응시스템’에 들어가 봐도 약사회가 요청한 10개 품목 의약품의 대체품목 역시 수급 불안정으로 재고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약사회가 요청한 10개 품목 중 하나인 부비동염 치료제 ‘슈다페드정’은 이 제품 자체가 품절일 뿐만 아니라 19개 대체품목 모두 재고가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대한약사회 오인석 건강보험이사는 “해열, 기침, 가래, 기관지 확장제 등 특정 성분들은 시장에서 아예 유통이 안 되고 있다”며 “타이레놀(제품)만이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성분)이 아예 유통조차 되지 않아서 일반 의약품을 뜯어서 조제할 판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감기약 신속대응 시스템의 실효성을 놓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수급이 불안정해도 제약사에 생산·수입을 늘릴 것을 요청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조제용 감기약의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약가연동제를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약가연동제는 의약품 등재 후 사용량의 급격한 증가시 건보 적용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이달 중 제도를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과 함께 업계 의견을 취합해서 관련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