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L하우스 전경. /변지희 기자

10일 오후 경북 안동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이달 말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의 첫 출하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포장 라인에서는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스카이코비원멀티주’라고 적힌 박스가 3초에 한 번꼴로 완성돼 나왔다. 한 박스 안에는 백신 완제 10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이 담겨 있다. 이상균 L하우스 공장장은 “정부와 선계약한 1000만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 중 초도물량인 60만도즈를 생산하고 있다”며 “지금 생산된 백신으로 국가출하승인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코비원은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앞으로 국가출하승인만 거치면 병원에서 실제 처방을 할 수 있게 된다. 국가출하승인은 백신 등 의약품이 시중에 유통되기 전, 식약처의 검정시험 결과와 제조업체의 품질검사 결과를 종합 평가해 안정성과 유효성을 최종 검토하는 단계다. 이 공장장은 “빠르면 8월 말 스카이코비원이 정식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L하우스에서 '스카이코비원'이 포장 작업을 거치는 모습. /변지희 기자

스카이코비원은 독감, 자궁경부암백신 등에 장기간 활용됐던 합성항원 방식이 적용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원이 되는 단백질(컴포넌트 A)과, 이를 안정화시키는 구조체 역할을 하는 단백질(컴포넌트 B)을 나노파티클 기술(Nanoparticle Technology)을 활용해 결합하면 최종 원액이 만들어진다. 이 공장장은 “컴포넌트A를 만드는 데는 35일, 컴포넌트 B를 만드는 데는 8일, 이 둘을 결합하는 데는 3일이 걸린다”며 “이후 테스트 기간까지 포함하면 원액 만드는 데만 2~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이날 공장에서는 컴포넌트B를 만드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장균 세포를 배양해 단백질을 정제하는 과정이다. 이날 공장 안에 들어갈 때 먼지를 막아내는 무진복, 무진모와 덧신을 착용했으나, 생산설비는 유리창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백신원액은 무균상태에서 제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카이코비원'이 포장 작업을 거치는 모습.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이날 이 공장장은 모든 공정 재료들을 1회용으로 대체한 ‘싱글유즈 시스템(Single Use System)’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빠른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멸균·세척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데, 싱글유즈 시스템을 통해 오염 가능성과 작업 과정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최종 품질검사를 하는 QC(Quality Control) 단계에서는 항원 함량, 성상 확인, 제품 순도 측정, 무균시험 등 10여가지 이상의 검사를 거친다. 이주섭 QC분석1팀 팀장은 “항원 함량 확인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완제품을 생산하기까지 각 공정마다 테스트를 통과 해야 다음 공정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시험량도 굉장히 많지만 그만큼 품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코비원'이 포장 작업을 마치고 놓여있는 모습. /변지희 기자

QC는 엄격한 GMP 규정에 따라 이뤄진다. 안동 L하우스에서는 현재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도 하고 있는데, 노바백스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3개의 시설 중 1곳은 지난 1월 유럽의약품청(EMA)이 승인한 EU-GMP를 받기도 했다. EU-GMP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증 중 하나로, 그만큼 백신 제조·품질 관리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기존 L하우스 부지는 6만3000㎡(약 2만평)인데 바로 옆에 9만9130㎡(약 3만평)부지를 추가 매입해 순차적으로 증설하고 있다”며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mRNA 등 플랫폼도 다양화해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글로벌 백신생산 허브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