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했지만, 한국 최초 달 탐사용 궤도선인 ‘다누리’는 미국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우주로 향한다.
다누리가 누리호가 아닌 팰컨9에 실리는 것은 누리호의 힘이 다누리를 달까지 쏘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중량 1.5t급 실용위성을 초속 7.5㎞의 속도로 고도 600~800㎞의 지구 저궤도까지 올릴 수 있다.
다누리의 무게는 678㎏로 누리호에 충분히 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무게를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까지 닿게 하려면 발사체에 초속 11.2㎞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팰컨9은 1단 추력(발사체를 밀어 올리는 능력)만 775t으로 누리호(300t)의 2배가 넘는다. 누리호는 다누리를 달까지 보낼 힘이 부족하지만 팰컨9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팰컨9은 재사용도 가능하다. 여기에 다누리를 싣고 갈 팰컨9-블록5은 한 번 발사하고 회수한 뒤 별도 보수작업 없이 10회 연속 재발사할 수 있다. 기존의 팰컨9도 재사용할 수 있지만, 재발사에는 수개월의 보수 기간이 필요했다. 누리호는 재사용이 안된다. 우리로서는 발사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최선의 경제적 선택을 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미 지난 2017년 스페이스X와 달 탐사선 발사 계약을 체결했다. 누리호를 통해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자력으로 우주 발사체를 개발한 국가 반열에 올랐지만, 우리 기술로만 달 탐사선을 쏘려면 앞으로 약 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차세대 발사체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예타를 통과하면 오는 2031년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든 발사체가 달 착륙선을 싣고 우주로 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