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 우영우는 자폐 질환을 앓지만, 지능지수(IQ) 165에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천재 변호사다. /뉴스1

“내 이름은 우영우. ‘꽃부리 영(英)’에 ‘복 우(禑)’, 꽃 처럼 예쁜 복덩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영리할 영(怜)에 어리석을 우(愚)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회전문도 못 지나가는 우영우. 영리하고 어리석은 우영우.”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인 우영우가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하는 혼잣말이다. 우영우는 자폐 질환을 앓지만, 지능지수(IQ) 165에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천재 변호사다. 다섯 살까지 말을 못해서 병원을 찾았다가 자폐 진단을 받았다.

법전을 동요처럼 외우지만, 성인이 돼서도 어색한 말투와 몸짓에 김밥과 연필을 각을 세워 정렬하고, ‘고래’에 집착한다. 그는 출근길 회전문을 두려워하면서도, ‘법을 사랑한다’며 판사를 감동시키고, 민⋅형법의 법리를 거침없이 풀어낸다.

이런 우영우에 대중은 열렬히 환호했다. 최근 미국에서 자폐가 있는 여성 변호사가 실제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실 ‘우영우’에 대한 기대는 커졌다. 그러나 반대로 드라마 캐릭터의 비현실성을 꼬집으며 불편해 하는 사람도 생겼다.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당사자가 나서서 ‘저건 말이 안 된다. 내 얘기가 아니다’라는 비판도 나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급 인기를 모으면서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과장이 이와 관련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우영우’는 현실적으로 부조화(미스매치)된 캐릭터인 것이 맞는다”라고 했다. 자폐가 있더라도 IQ가 높으면 학습을 통해 어눌한 말투나 몸짓 등 행동을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천재로 활약하는데 어눌한’ 캐릭터는 비현실적이란 뜻이다. 천 교수는 오히려 초등학생 때 대입 수학 문제를 스스로 내고, 풀 정도로 지능이 높았던 자폐아가 반대로 지능이 떨어진 경우는 있다고 했다.

사실 자폐증은 그 범위가 굉장히 넓다. 이른바 ‘고기능성 자폐’라고 불리는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은 언어나 인지 발달은 정상이지만 사회 관계에만 문제가 있는 경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우영우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으로 추정된다. 자폐나 지적 장애가 있지만 특정 분야에 매우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경우다. 바닥으로 떨어져 흩뿌려진 이쑤시개의 개수를 한눈에 알아맞히는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주인공이 이 경우다. 자폐를 진단 받았지만, 천재적인 암기력과 공간지각 능력으로 소아과 의사가 된 ‘굿닥터’의 주원이 연기한 주인공도 이 사례다.

소아정신과 진료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천 교수는 “자폐라는 진단명을 들으면 처음부터 우는 보호자가 많다”라며 “자폐라는 용어가 주는 낙담, 좌절감이 크기 때문인데, 우영우 같은 드라마가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편견을 해소해줘 감사하다”라고 했다.

천 교수는 자폐증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의대 자폐연구센터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예약을 접수하고, 첫 진료를 보기까지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천 교수를 지난 19일 연세대 진료실에서 만났다. 천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편을 봤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현실에서 우영우처럼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을 수 있나.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 속 주인공인 우영우 변호사를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한다. 서번트 증후군은 ‘바보 천재(idiot savant)’에서 유래한다. 1887년 영국 존 랭든 다운 박사가 지능이 낮은데 특정 분야에 드물게 천재성이 보이는 경우를 관찰하고 그들을 ‘이디엇 서번트(idiot savant)’라고 했다. 드라마에서 우영우가 자신의 이름을 ‘영리할 영(怜), 어리석을 우(愚)’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작가가 ‘이디엇 서번트’에서 따 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현실에서 서번트 증후군은 극히 드물다. 드라마 속에서 우영우는 IQ가 165인데, 이렇게 지능이 높은 환자는 성인이 되면 자폐 증상이 거의 없다.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할 정도라면, 고지식하고, 무심해서 친밀한 대인 관계를 맺지 못할 수는 있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 우영우는 자폐 질환을 앓지만, 지능지수(IQ) 165에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천재 변호사로 대형 로펌에서 활약한다./뉴스1

ㅡ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경험과 사회적 학습을 통해 친구들의 자연스러운 말투를 배워서 자폐를 감춘다는 뜻이다. 농담도 외워서 하는 식이다. 어릴 때는 말투와 몸짓이 어눌해도 중·고등학생쯤 되면 상당히 자연스러워진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부자들은 철이 들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나봐요’라는 권민우 변호사의 농담에 우영우가 ‘아니오. 그런 법은 없습니다’라고 즉각 대답하고 ‘아. 농담이었군요.’하는 장면이 있는데, 현실에서 지능이 높은 자폐 성인은 그 농담에 웃어 주지는 않더라도 ‘그런 법 없다’라고 바로 반박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

ㅡ 그렇다면 우영우가 보여주는 어색한 행동들은 자폐의 증상이 맞긴 한 건가.

“우영우가 고래에 과도하게 빠져있고, 김밥을 정렬하고, 다른 방에 들어가기 전에 숫자를 세는 모습은 자폐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상대방의 눈을 못 맞추고 손동작을 이상하게 하거나 매번 퀴즈를 내는 모습은 경미하지 않은 자폐 증상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다큐가 아니지 않나. 시청자들에게 그 인물이 자폐스펙트럼장애 캐릭터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우영우가 이런 증상을 지닌 모습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ㅡ 지능이 높으면 자폐가 있더라도 성인이 되면 문제가 없다고 이해해도 되나.

“지능에 비례해서 학습을 통해 자폐 증상이 희석돼 자연스러워지는 건 맞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그렇지는 않다. 적절한 학습과 치료, 부모와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IQ가 130이 훌쩍 넘는 소아 환자가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대입 수학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서 풀던 아이였다. 하지만 이 아이는 자폐의 정도가 심했고, 사춘기를 거치면서 문제 행동이 겹치면서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 현재 문제 행동을 완화하는 약물 치료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능이 높을수록 성인이 되어서 독립적 직업을 갖거나 사회생활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급 인기를 모으면서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과장이 이와 관련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ㅡ 우영우는 어릴 때부터 법전을 통째로 외워서 말한다. 이건 어떤 증상에 포함되나.

“환자 중에 만 3세 아이가 책을 통째로 외워서 말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아이들은 대본 읽듯이 말하거나 문어체 표현을 많이 쓴다. 책을 몽땅 외워 말하는 것은 ‘지연반향어(delayed ecolalia)’라고 한다.”

ㅡ 우영우가 상대방 말을 듣고 곧바로 따라하는 것을 ‘반향어’라고 하던데 이와는 다른 건가.

“상대방 말을 바로 따라하는 반향어를 ‘즉각반향어’라고 한다. ‘지연반향어’는 시간이 지난 뒤에 나타난다. ‘영우야. 파란 의자에 앉을까?’라고 환자에게 말했을 때 ‘파란 의자에 앉을까?’라고 하면 즉각반향어다. 그런데 치료실 선생님이 과거에 늘 했던 말을 기억해서 ‘자, 앉자’라고 반응하면 이건 지연반향어다.”

ㅡ 우영우는 다섯 살까지 말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온다. 말이 느린 것이 자폐의 주요 증상인가.

“말이 늦은 것을 ‘언어지연’이라고 한다. 단순히 말이 늦다고 언어장애이고, 엄마 얼굴을 안 쳐다봐서 자폐라고 진단하지 않는다. 자폐를 진단할 때는 (언어 외에) 사회적 상호작용을 살펴야 한다. 말이 늦는 경우는 기질이 예민한 아이를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서 아이가 긴장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고, 부모가 자주 다퉈서 위축된 경우일 수도 있다. 주양육자가 방임을 해서, 적정한 자극이나 교육이 부족해서 말이 늦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자폐는 신경 발달 장애로 발병 원인이 선천적, 유전적 요인에 가깝다.”

ㅡ 자폐는 선천성 질환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치료를 하는 건가.

“학습을 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인 치료 방법으로 ‘응용행동분석(ABA)’라는 것이 있다. 사회적 행동을 하면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아이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과격한 행동이나 문제 행동을 보였을 때 단호하게 제재를 해야 한다. 부모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문제 행동이 늘어난다. 예컨대 아이가 ‘사탕 주세요’라고 하지 않고, ‘사탕! 사탕! 사탕!’이라고 과격하게 소리를 질렀을 때 사탕(보상)을 주면 아이는 매사에 소리를 지르는 문제 행동으로 소통하게 된다. 행동수정요법으로도 행동이 교정되지 않을 때는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ABA는 매우 다양한 방식이 있다. 아이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ㅡ 어눌한 억양이나 큰 목소리는 어떻게 교정하나.

“아이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게 한다.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느낌인지 스스로 들어보라고 한다. 초등학교 3~4학년 쯤 되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듣는다. 하지만 말투는 바로 고쳐지지는 않는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건 일반인도 똑같다. 우리도 외국어를 배울 때 외국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해 봐야 억양이 자연스러워지지 않나.”

ㅡ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치료 효과가 좋은가.

“IQ가 70 이상에 5세 이전에 말을 시작했다면 치료 효과가 좋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가정 환경과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다.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는 참전 군인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스트레스로 부모가 우울증에 빠지거나, 부부 관계가 악화될 경우, 더 나아가 아동 학대 등이 발생하게 되면 치료가 어렵다.”

ㅡ 가정 환경과 부모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라는 건 어떤 뜻인가.

“소아정신과가 ‘아이’를 보는 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부모를 상담하고 가정을 돕는 일을 많이 한다. ‘아이는 언제나 옳다’고 하지 않나. 아이가 자라는 데에는 부모와의 관계, 형제자매와의 라이벌 관계 등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부부 갈등, 고부간의 갈등, 조손 가정이라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관계까지도 살펴 보고 분석한다.”

ㅡ 자폐 치료는 조기 진단이 중요할 것 같다. 진단은 언제부터 받을 수 있나.

“자폐를 가장 빨리 진단할 수 있는 연령은 18~24개월 사이다. 다만 네이처 논문을 보면 생후 2~6개월 영아가 눈맞춤을 잘하지 못한다면 생후 24개월 전후 자폐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의 경우, 생후 100일에도 잘 웃지 않았다거나 낯가림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돌 무렵에 사회적 참조가 잘 안되는 경우도 많다.“

ㅡ 사회적 참조가 뭔가.

“그 무렵 아이들은 양육자의 표정을 보면서 자기 행동을 결정하는데, 이걸 사회적 참조라고 한다. 이는 사회성 발달의 기초가 된다. 예컨대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다가도, 엄마가 찡그린 표정을 지으면 행동을 멈추고 살피는데, (자폐가 의심되는 아이는) 이런 반응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ㅡ 아이가 눈 맞춤을 잘 못하거나, 반응을 잘 하지 않는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나

“더 많이 눈을 맞추고, 웃어주고, 놀아줘야 한다. 사회적 자극을 더 높여야 한다. (적극적으로 자극을 주면) 중증도가 심하지 않은 아이라면 자폐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안 받을 수도 있다. 중증도가 심하더라도, 양육자의 사회적 자극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ㅡ 선천성 질환인데, 사회적 자극이 도움이 된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뇌 가소성 이론이라는 게 있다. 만 3세까지 어떤 경험을 하게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뇌를 바꿀 수 있다는 이론이다. 뇌는 만 3세까지 급성장을 한다. 그 시기 경험에 따라 뇌신경 분포나 신경 세포 수와 크기가 급속도로 성장한다. 이 이론에 따라 양육자 역할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셈이다. "

지난 2013년 방영한 드라마 '굿닥터'의 한 장면. 이 드라마 주인공인 김시온(주원)은 자폐 3급에 서번트 증후군이 있지만, 천재적인 암기력과 공감각 능력으로 소아과 의사가 된다./조선DB

ㅡ 자폐 아동들은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다.

“학교에 입학하면 배워야 할 규칙이 많이 생겨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데 지켜야 할 상식이나 통념이 늘어나면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은 힘들어진다. 친구를 오해해서 엉뚱한 상황에 분노를 표출하고, 그러다 친구를 때려서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몰리기도 한다. 그래서 (자폐 아동의 경우) 입학 전 만 5~6세 아이들에게는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규칙을 따랐을 때 더 이득이 생긴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말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의 경우다. 중증 자폐 환자는 우선적으로 말을 제대로 트이게 해야 한다. 분노 조절에 문제가 있거나 공격성이 있는 환자라면 지체없이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ㅡ 국내 허가된 약물이 있나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문제행동 치료를 위해 국내외적으로 승인된 약물은 2가지 정도 있다.”

ㅡ 성인이 된 후에 치료 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나.

“명문대에 입학한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도 있었다. 제 칼럼을 읽고 본인이 아스퍼거 장애를 지닌 것 같다고 직접 찾아온 경우였다. 부모님은 그 환자가 그저 특이한 줄만 알았다고 하더라. 하지만 스스로가 물과 기름처럼 사람과 어울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위축돼 있었다고 한다.”

ㅡ 지능이 높으면 사회화를 학습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환자는 어떤 경우인가.

“고기능 자폐의 경우 자폐 증상은 희석되지만, 다른 우울 불안 증상이 합병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반드시 어린 시절을 물어 봐야 한다. 또 공부를 잘하는 것과 사회적 성공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고도의 사회적 기술이 필요하다. 보통의 사람도 이런 사회적 스킬을 갖추긴 어렵지 않나.”

ㅡ 환자 현황은 어떤가. 자폐성 질환의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44명당 1명, 2.3% 수준이다. 꽤 높다.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퍼졌고, 진단율도 높아졌다. ”

ㅡ 진료를 받고 싶지만 선생님 외래 예약도 수년간 꽉 차 있다고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수년 전부터 진료 예약 대기 문제로 고민을 해 왔다.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많은 수요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다. 이런 문제로 늘 고민하고 있다. 발달장애와 자폐스펙트럼의 가능성을 가정이나 어린이집에서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해서 치료할 수 있게 돕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ㅡ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발달장애아 양육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가 많다고 들었다.

“지난 3년여 동안 전국의 특수교육 센터와 치료실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발달장애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런 비대면 디지털 치료제 사업을 통해 영유아 부모의 답답함을 해소시켜드리고 싶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최근 ‘우리 아이 마음 해결사(우아해)’이라는 유튜브를 개설했다.”

ㅡ 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필요할 것 같다.

“자녀가 자폐라는 진단명을 들으면 눈물을 보이는 보호자가 많다. 자폐라는 용어에 사회적 낙인이 찍혀있다. 이것이 주는 낙담, 좌절감이 크다. 자폐는 ‘스스로(自) 닫는다(閉)’는 뜻이다. 하지만 자폐의 영문명 ‘오티즘(autism)’은 그리스어 ‘self’를 뜻하는 ‘autos’와 ‘-ism’의 합성어다. 여기에 ’닫는다’는 의미는 없다. 자폐 용어는 아이가 세상과 담을 쌓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우영우 같은 드라마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편견을 해소 시켜줘서 감사하다. 특히 드라마에서 우영우 주변 인물들이 우영우의 특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이런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자신과 다른 자폐 환자들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를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자폐에서 연상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치길 바란다. 자폐가 있다고 하면 그저 약간 다른 사람 정도로 바라보고, 그 사람의 눈높이와 감각에서 이해하고 배려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