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국산 첫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스카이코비원, GBP510)’가 지난달 29일 정식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시장에서는 이 백신이 언제 해외로 수출될지 관심이 크다. 스카이코비원은 냉장보관(2∼8℃)과 유통이 가능해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아프리카 등에 수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올해 초부터 WHO의 긴급사용목록(EUL) 등재를 추진했지만, 4개월째 제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WHO가 공개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등재 상황 현황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스카이코비원’을 WHO의 긴급사용 백신 목록으로 등재하기 위해 제출한 참여의향서(EOI)가 여전히 ‘검토 중(under review)’이다.

스카이코비원은 국제민간기구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약 2500억원을 지원받아 개발됐다. 이 백신은 합성항원방식으로 냉장보관(2∼8℃)과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 원조 차원에서 대량 수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초부터 스카이코비원을 WHO 긴급사용 백신 목록으로 등재시키려고 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문을 두드렸다. WHO에서 긴급사용 백신으로 승인을 받으면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니티’를 통해 전 세계 공급이 가능하다.

스카이코비원과 비슷한 시기에 WHO에 의향서를 제출한 쿠바의 코로나19 백신 압달라(Abdala)는 지난달부터 롤링리뷰(목록 등재 전 사전검토)에 들어갔고, 스카이코비원보다 한 달여 늦게 EOI를 접수한 인도의 코로나19 백신 ‘코르베백스(Corvevax)’도 지난달 10일부터 롤링리뷰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안동공장에서 생산하는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뉴백소비스 프리필드시린지)도 WHO에 EOI 접수는 마쳤지만, 롤링리뷰가 계류(pending)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WHO의 사용승인을 받은 노바백스 백신은 바이알에 담긴 형태이고, SK바이오가 생산한 노바백스 백신은 주사기에 미리 담아서 쓰는 형태다.

WHO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등재 현황/ WHO캡처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대부분의 다른 코로나19 백신은 각 국가별 품목허가를 받은 후에 WHO 에 긴급사용 백신으로 등재를 신청한 것으로 안다”라며 “우리는 (WHO 등재) 속도를 내기 위해 국내 품목허가를 받기에 앞서 ROI를 먼저 신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카이코비원이 지난달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데 따라 WHO에서 순차적으로 등재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현재 WHO등재 속도가 느린 편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이유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품목 허가를 받는 데 집중했던 측면이 있다”라며 “국내 승인을 얻은 만큼 WHO는 물론, 영국 보건 당국과 유럽 당국(EMA)에도 사용 허가를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프리필드 실린지 노바백스 백신의 WHO 등재에 대해서도 “백신 개발사인 노바백스와 서로 협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스카이코비원에 대한 국가출하승인 신청도 식약처에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출하승인은 백신이 대량 유통되기 전에 품질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제도다. 지난해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코로나19 백신 대부분은 품목허가를 받은 당일 국가출하승인 신청을 접수해 보름 안에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조사의 출하승인 신청 시기는 방역당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도 “방역당국과 협의 중에 있다”라고 했다. 이 백신이 실제 국내에서 사용될 시기에 맞춰서 국가출하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초 질병관리청과 스카이코비원 100만명 분에 대한 선(先)구매 계약을 맺었다.

전파력이 센 BA.5와 BA.2.75 등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확산하면서 생산 시기 자체를 조율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변이 바이러스가 대거 등장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유행했던 ‘우한주(우한 바이러스 항원)’를 타깃으로 한 백신의 효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상태다. 스카이코비원 역시 우한주를 타깃으로 개발됐고, 임상도 우한주가 타깃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비교 임상으로 승인을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개량 백신 개발을 연내 착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