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수학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현지시각) '수학계 노벨상'으로 알려진 필즈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힌다. 4년에 한 번씩 열리고, 40세 미만 수학자에게만 주어지는 만큼 39세인 허 교수에게 이번 수상은 마지막 기회였다.
국제수학연맹(IMU)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열린 필즈상 시상식을 열고 허 교수를 수상자로 발표했다.
허 교수는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 수학자이다. 이전까지 한국계나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아시아 출신 수상자도 현재까지 8명에 불과하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어머니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과 명예교수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초등학교부터 석사까지 모든 교육을 한국에서 마쳤다.
2007년 서울대 수리과학부와 물리천문학부를 복수 전공해 학사 학위를 받고, 2009년 같은 학교 수리과학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 2014년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허 교수가 세계 수학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다.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을 해결해냈다. 리드 추측은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1968년 제시한 조합론 문제로, 로타 추측에 포함된 하나의 특수한 경우다. 로타 추측은 미국 수학자 잔카를로 로타가 1971년 제시한 문제다.
두 난제 모두 '경우의 수'와 비슷한 맥락이다.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의 수를 따져 해답을 찾아야 한다. 허 교수는 1차 다항식으로 직선이나 평면을 나타내고 2차 다항식으로 타원이나 쌍곡선을 분석하는 대수기하학을 접목해 문제를 풀어냈다.
허 교수는 이날 시상식에서 3명과 함께 필즈상을 공동 수상했다. 수상자 중에는 필즈상 사상 두 번째 여성 수상자인 우크라이나의 마리나 비아조우스카도 포함됐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1만5000캐나다달러(약 1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필즈상은 1936년 제정돼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학문적 성취가 기대되는 젊은 수학자 2~4명을 선정해 수여한다.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여기에 40세 미만 수학자라는 까다로운 조건도 붙는다. 나이 제한 때문에 1983년생인 허 교수에게는 올해가 필즈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