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투약기 제조사인 쓰리알코리아 박인술 대표가 기기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쓰리알코리아 제공

‘약 자판기’로 불리는 화상투약기가 지난 20일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아 현장 사용이 가능해지자 화상투약기 도입 의사를 밝힌 약국이 전국에 50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화상투약기 제조사 측은 약국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 신청을 받을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상투약기 제조사인 쓰리알코리아 측에 기기를 쓰게 해달라고 신청한 약국 수가 현재 50곳을 넘어갔다. 50여개 약국 중 절반 이상은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있으며 충청도(청주, 아산), 강원도(춘천), 대구 등 지방에서도 기기 도입을 원한다는 연락이 오고 있다.

화상투약기는 환자가 투약기에 설치된 모니터(화상)로 약사와 상담한 뒤 증상에 맞는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한 자판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가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기로 결정하면서, 화상투약기는 규제 적용 없이 최대 4년간 운영될 수 있게 됐다.

화상투약기 제조사 측은 이 정도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쓰리알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회사 홈페이지도 없고 포털 사이트에 회사 전화번호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그런데도 전국 약사들이 각자의 인맥을 동원해 회사 번호를 찾아 직접 전화를 걸어 기기 도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쓰리알코리아는 조만간 회사 번호를 공개하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화상투약기 도입을 희망하는 약국을 공개 모집할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화상투약기 제조사인 쓰리알코리아 박인술 대표가 기기를 시범 작동 중이다. /쓰리알코리아 제공

화상투약기 도입을 신청한 약국은 50곳을 넘었지만 이들 모두가 곧바로 화상투약기를 쓸 수는 없다. 보건복지부가 화상투약기 규제 샌드박스 적용에 대해, 3개 단계에 걸쳐 설치 및 운영 규모를 조금씩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1단계 내용에 따르면 쓰리알코리아는 최대 3개월간 10개 약국에만 한정해 기기를 시험 운영해야 한다. 2단계에서는 복지부와 협의해 시험 운영 장소와 기기 수를 늘린 뒤, 6개월에서 1년간 운영한다. 3단계가 되면 1~2단계를 거치며 나온 개선점 등을 토대로 복지부가 운영 장소와 기기 수를 추가로 늘릴지 여부를 검토해 승인하는 것으로 정했다.

약사 한 명당 몇 대의 기기를 운영할지에 대한 내용도 시험 운영 과정을 거치며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쓰리알코리아 관계자는 “테스트 단계에서는 약사 한 명이 기기 여러 대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며 “단계별 시험 운영을 거치면서 복지부와 협의해 관련 내용을 구체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약사 한 명이 화상투약기 한 대만 관리하는 ‘1약사 1기계’ 시스템이 아니면 화상투약기 규제 샌드박스 적용에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 적용이 최종 결정되면서 이 내용은 빠진 것으로 보인다.

쓰리알코리아는 현재 화상투약기 도입 의사를 밝힌 약국을 직접 방문하며 1단계 시험 운영에 적합한 장소를 고르고 있다. 기기 10개를 한꺼번에 설치할지 혹은 한두개만 우선 설치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쓰리알코리아는 10개 기기를 한꺼번에 설치해 운영할 경우 기기를 추가로 생산하고 KC인증 등 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는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