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전자의무기록(EMR)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의료 서비스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EMR은 의사가 컴퓨터에 환자 진료 정보를 기록해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 등 모바일 환경에서도 의료진이 환자 기록을 편리하게 공유·관리할 수 있게 한 것이 클라우드 EMR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나클소프트, 에이치디정션 등 기업들이 의원용 ‘클라우드 EMR’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지난해 1월 클라우드 EMR ‘오름차트’를 내놓은 세나클소프트는 현재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등 전국 수십개 의원에 프로그램을 공급 중이다. 올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에이치디정션의 클라우드 EMR ‘트루닥’은 출시 한 달 만에 60여개 넘는 의원들로부터 프로그램을 쓰게 해달라는 신청을 받았다.
클라우드 EMR을 사용 중인 의원들의 만족도는 높다. 경기 시흥의 한 의원 원장은 “진단서, 소견서, 진료비 내역서 등의 작업이 디지털화돼 있어 종이 없이도 거의 모든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의원 원장은 “환자 상태 변화를 장기적으로 파악하기 쉽도록 데이터가 알아서 정리돼 의학적 판단에 큰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병원과 환자가 진료 기록을 공유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건강관리 서비스도 할 수 있다. 세나클소프트 관계자는 “병원 방문 시기, 약 복용 이력 등 환자 정보를 의사와 환자가 EMR을 통해 공유하는 PHR(개인건강기록)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라며 “프로그램 설치 후 사용료를 받는 걸 넘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를 위해 주주병원인 서울아산병원과 협력 중이다.
다만 시장의 벽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전국에 3만3000여개 의원이 있는데, 이중 84%인 2만8000여곳에서 쓰는 EMR을 5개 회사가 전부 공급 중이다. 5개 회사는 각각 ▲유비케어(1만5000곳) ▲비트컴퓨터(6000곳) ▲포인트닉스(3000곳) ▲이지스헬스케어(2200곳) ▲네오소프트(2000곳) 등이다.
한 EMR 업체 관계자는 “클라우드 EMR 회사들이 최근 많이 늘긴 했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클라우드 EMR에 대한 수요는 아직 매우 낮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개원의들이 굳이 클라우드 EMR을 새로 들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 강서구의 한 내과 원장은 “병원 업무 중 40% 정도가 EMR에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것”이라며 “병원 직원들이 오랫동안 써온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꾸면 일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편의성 등이 아무리 좋아도 바꾸려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 클라우드 EMR 업체들은 병원을 새로 여는 신규 개원의들을 공략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년 새로 개원하는 의원 수만 2000개가 조금 안 된다”며 “이들을 집중 공략해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