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30대 A씨는 지난달 13일(금요일) 비대면 진료 서비스로 여드름 치료제(이소티논)를 처방받았다. 약은 택배로 받기로 했다. 그런데 이튿날인 14일(토요일)까지 약 배송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A씨가 약국에 전화를 걸자 “택배를 접수했다”는 답이 왔다. A씨는 약국에서 직접 받을 수 있는지 물었지만, 약국 측은 “영업 마감이 다가와서 힘들다”고 답했다. 치료제는 월요일인 16일 택배차량에 실렸고, A씨는 비대면 진료를 받은 지 6일 만인 19일 약을 받았다.
울산 남구의 B씨는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비대면 진료 서비스로 감기약 등을 처방받았다. 곧 올 것으로 기대했던 약은 B씨의 의무 격리 기간인 일주일이 지나서도 도착하지 않았다. 비대면 진료 업체에서 알려준 택배 운송장 번호는 없는 번호였고, 격리 기간이 지난 후 해당 약국에서 약을 직접 받으려 했지만 B씨 처방전을 조제한 약국은 B씨의 집에서 100㎞가량 떨어진 대구에 있었다.
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역 보건소에 배달전문약국에 대한 다양한 민원이 접수되면서 일부 보건소에서 해당 약국에 대한 처벌 근거를 보건복지부 측에 문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도입된 비대면 진료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최근 정부의 한시적 허용 공고를 위반한 약국들이 생겨나자, 지역 보건 당국에서 처벌 근거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 보건소 관계자는 “배달전문약국에 대한 직접 수령 거부, 복약지도 부재, 배송 지연 등 다양한 내용의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 한시적 허용 공고의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약국에서 치료제를 직접 받지 못한 A씨 사례는 약국 측이 한시적 허용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건소 측은 설명했다. 한시적 허용 공고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은 약의 수령 방식은 환자와 약국이 협의해서 정해야 한다.
보건소 관계자는 “A씨가 직접 약을 받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했는데도, 약국이 이를 거부하고 택배를 강요한 것은 공고 위반이다”라며 “약국이 A씨에게 복약지도를 하지 않은 것도 위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약사단체에서는 전문의약품이 일반 택배차에 실려서 배송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약사법상 의약품 보관 온도는 실온이며 이는 1~30℃에 해당하는데, 여름철 일반 택배차량의 내부 온도는 실온을 넘어설 정도로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약사단체인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 지난달 일반 택배차량에 온도계를 설치해 측정한 결과 내부 온도는 최고 43.9℃를 기록했다. 한 약사단체 관계자는 “30℃ 이상의 고온에 약을 보관하면 복용 시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5일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에서 공고를 위반한 배달전문약국에 대해 정부 차원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별다른 대처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 보건소와 협력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아직 비대면 진료 한시적 허용 공고를 위반한 약국의 법적 처벌 근거는 없는 상태라고 한다. 복지부는 지난달 10일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냉장보관의약품에 한해서만 온도 유지를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고, 약 수령 방식에 대해선 “약사 판단에 따라 배송 여부가 결정되며, 상황에 따라 집 근처나 주변 약국으로 방문 조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