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외진단 기기 업체인 미코바이오메드(214610)가 원숭이두창(monkeypox) 진단 기기의 수출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원숭이두창은 지난 6일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유럽, 미국 등에 500명이 넘는 환자가 나오는 등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김성우 미코바이오메드 대표는 30일 조선비즈와 전화 인터뷰에서 “유럽 등 몇 개 국가에서 (진단 기술에 대한) 의뢰가 오고 있어, 임상을 보내고 있다”며 원숭이두창 진단 기기의 수출 추진 내용을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27일 미국과 영국 등으로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질병관리청이 자체 개발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진단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관련 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원숭이두창이 유행하는 곳이 유럽이고, 동남아시아에서도 (유행할 가능성이 커) 대응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을 보면 (원숭이두창은) 일반적인 두창(천연두)으로 진단하는데, (우리 진단 기술은) ‘원숭이두창’으로 세부적으로 진단을 한다”며 “그래서 정확도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운 좋게도 1년 전 질병청과 특허를 냈다”고도 말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진단 기술은 지난 2016년 질병청(당시 질병관리본부)이 자체 개발한 것이다. 정부가 이번 주부터 가동하는 원숭이두창 검사 체계에 사용되는 300명분의 진단 시약도 자체 생산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질병청이 개발한 진단기술을 랩칩을 활용해 특수 장비 없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빠르게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질병청은 희귀감염병 진단 용역과제를 통해 미코바이오메드에 원숭이두창 균주를 제공했고, 이후 미코바이오메드는 2019년 질병청과 원숭이두창 등 15종의 병원체를 검출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 검사 특허를 출원해, 지난해 1월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 회사는 또 지난 2020년 4월 질병청 용역과제에서 원숭이두창을 포함해 약 35가지 병원체를 검출할 수 있는 시약 및 진단기기를 개발했다.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두창 관련 백신과 진단 기술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대테러 안보 장비로 통한다. 김 대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 행사 때 생화학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서 정부가 (두창을 진단하는) 장비와 키트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우리가 개발한) 모바일 랩을 이끌고 가서 북한 등이 보유한 12종의 생물 테러 위험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어 공급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WHO에서는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대유행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 아닐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질병 자체가 (코로나19와 비교하면) 위험하고, 또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경계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은 사람이 걸리는 천연두와 비슷한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이다. 고열과 함께 두통, 근육통이 나타나고 온몸에 수포가 발생한다. 최근 유럽에서 발견된 원숭이두창은 증상이 경미한 서아프리카형으로 파악됐지만,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이 1~2%에 이른다. 코로나19가 노령층에 치명적이었다면, 원숭이두창은 어린이와 임신부가 감염됐을 경우 취약하다.
전 세계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팬데믹(대유행)이 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면서도 여러 나라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것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30일 현재 원숭이두창 확진 또는 의심 환자가 전 세계 36국에서 542명에 이른다. 1970년 원숭이두창 첫 환자가 발견된 이래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환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다행히 국내는 아직 유입된 정황이 없지만, 정부도 스크리닝(진단) 시스템 발동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지금이 국민 안전에 중요한 시기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국내 유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 검사 체계를 구축 및 검사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