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여야 협치 한 알의 밀알 되겠다”며 전격 사퇴하면서 후임 장관 후보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 보건 전문가로 의사 출신 정 후보자를 발탁했던 만큼, 후임 후보자도 의사 출신이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서 관료 출신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주부터 정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설득했지만 정 후보자가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정 후보자는 오히려 지난 주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에게 “임명되면 잘해 보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 사퇴에 대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정 후보자가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전날 오후 9시 30분 자진 사퇴문이 나왔다. 후보자로 지명된 지 42일 만이었다. 그 정도로 정 후보자의 사퇴 과정이 긴박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후임 복지부 장관 자리는 오리무중이 됐다. 인수위 시절 “복지부 장관은 안철수 (인수위원장) 측 몫이다”라는 말도 나왔지만, 그렇게 하마평에 올랐던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관리청장으로 취임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보건 의료 전문가를 장관으로 임명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 현안인 코로나19 현안 대응하려면 행정 경험이 있는 의사 출신 장관이 내각에 필요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복지부 1⋅2 차관에 기재부⋅복지부 관료를 임용한 만큼 장관은 보건 전문가를 중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거론되는 장관 후보자로 윤도흠 차의과대 의무부총장, 인요한 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 소장, 정기석 한림대병원 원장 등이 거론된다.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인요한 교수의 경우 인사검증에서도 자유롭고, 연세대의대 진료센터 소장을 맡아 행정경험도 풍부하다는 장점도 있다. 정기석 원장의 경우 코로나19 정책을 주도한 공로가 있다.
정치권에서 한 번 실패한 장관 후임 인선은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정 후보자의 경우 인사 청문 과정에서 자녀의 입시 문제로 논란이 됐는데, 새로 발탁한 인물이 추가로 논란을 일으켰다가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권 초기, 복지 부처를 장악할 능력을 갖춘 관료 출신 장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복지부의 연간 예산은 100조원에 이른다. 정 후보자 사태로 복지부 장관 자리는 한 달 넘게 공석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장관으로 이런 상황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복지부 차관 출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역임한 김강립 처장이 오르내린다. 김 처장은 제33회 행시 출신으로 복지부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한 토박이다. 강원도 출신으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고향이 같다.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총괄보좌역을 했던 이철규 의원도 강원도 출신이다.
다만 제32회 행시 출신인 조규홍 1차관 인선에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관행상 행시 선배인 조 1차관을 제치고, 김 처장이 장관에 오르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다만 정치권 관계자는 “장관급 인사에서 그 정도는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복지부에는 코로나19를 제외하고 현안이 산적한 것도 걸리는 부분이다. 당장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 중인 간호법을 두고 의사와 간호사가 대립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공공의대 설립이나, 의대 정원 확대, 비대면 진료 등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장관직은 정무적 감각 등을 고려해 행정관료보다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야당과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정치인 출신 후보자로 국회 복지위 소속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보건복지위원장을 지낸 이명수 의원 등이 거론된다. 싱글맘에 변호사 출신의 김 의원은 윤 대통령 선대위에서 ‘약자와의 동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