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오후 서울의 약국 거리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배달 전문 약국’ 대응에 나섰다. 전국 시·도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관할 지역 배달 전문 약국의 위법성 검토에 나선 가운데, 비대면 진료 처방전을 일정 횟수 이상 조제하면 관련 수가를 낮추는 ‘차등수가제’ 적용을 검토 중이다. 배달 전문 약국이 생기더라도, 하루 몇백건씩 조제약을 팔지 않도록 규제하려는 것이다.

11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비대면 처방전 조제에만 따로 적용되는 차등수가제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의·약사 단체 등과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꾸리고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견을 듣는 등 제도화 절차를 밟고 있다.

차등수가제는 약사 1인당 하루 조제 건수(의원은 의사당 진찰 건수)가 75건을 넘어가면 조제료 등 수가를 차감하는 제도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무분별한 조제·진찰로 의료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01년 도입됐다.

현행 차등수가제는 대면·비대면 조제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약사 1명이 조제료 등 수가를 100% 받으려면 하루에 75건보다 적게 조제해야 한다. 75~100건은 90%, 100~150건은 75%, 150건 초과는 50%의 수가만 받게 된다. 처방약 조제 건수가 하루에 75건을 넘어가면 그 이후엔 수익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다만 하루에 75건 넘게 처방약을 조제해도 법적 처벌은 받는 건 아니다.

복지부에서 비대면 진료·조제에만 적용되는 차등수가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비대면 진료 한시 허용 틈을 타고 비정상적인 형태의 배달 전문 약국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에 대면 처방 없이 비대면 처방전만 조제하는 배달 전문 약국이 등장한 데 이어 송파구에도 비슷한 형태의 약국이 생겼다. 지역 약사회에 따르면 서초구 약국은 하루 200~300건씩 비대면 조제약을 찍어내기도 했다.

이런 배달 전문 약국은 약사법 21조와 24조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약사법 21조에 따르면 약국을 관리하는 약사는 약국 시설, 의약품을 보건위생상 안전한 곳에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배달 업체 물류센터와 같은 시설에 약국이 들어설 경우, 환기 등 위생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복지부는 또 외부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곳에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조제 거부 행위(약사법 24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약사회는 배달 전문 약국을 직접 방문하고, 복지부에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후 복지부는 전날 저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고 배달 전문 약국의 영업 방식에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적극 검토 후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