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되, 대면 진료나 일반약 판매 없이 처방약을 조제해 배달만 하는 이른바 ‘물류센터 약국’은 영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약국이 생기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약국은 정부가 규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손님을 직접 받지 않고 처방약 배달만 하는 약국은 영업을 금지하는 조항을 비대면 진료 관련 법에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내년에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할 계획이다.
복지부가 조제약 배달 전문 약국 영업 금지를 검토하는 것은 기형적 형태의 배달 전문 약국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서초구 배달대행업체 물류센터 안에 있는 비대면 진료 전문 약국의 경우 약 6.6~10㎡(2~3평) 남짓한 공간에서 평상복 차림의 직원 4명이 일하고 있었다. 자신을 약사라고 소개한 A씨는 “타이레놀 같은 일반약은 안 판다”며 “대면 조제도 안 한다”라고 했다. 지난달 이 약국을 방문한 서초구약사회는 “오후 3~4시에 이미 처방 건수가 300건 조금 안 될 정도로 많았고, 타 지역 처방전이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시약사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허용 이후 이런 형태의 약국이 서울에만 4개가량 개업했다. 전면이 유리로 돼 있는 동네 약국과 달리, 배달 전문 약국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처방약 조제를 약사가 직접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문제는 현행법에서 이런 배달 전문 약국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이 정한 약국 시설 기준에 ‘개방성’은 따지지 않는다. 약사법에서는 ▲조제실 ▲저온 보관 및 빛가림을 위한 시설 ▲수돗물 혹은 먹을 수 있는 지하수가 공급되는 시설 ▲조제에 필요한 기구 등이 있으면 개업할 수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약국은 단순히 약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에 대한 복약 지도와 상담으로 지역 건강을 책임지는 곳이다”라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더라도 처방약을 찍어내듯 조제해 배달하는 공장식 약국에 대한 규제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