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로 동네 병원이 최근 2개월 동안 6800억원이 넘는 돈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항원검사 관련 건강보험 지급이 늘면서 건보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정부는 검사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감염예방 관련 수가를 삭감한 상태다. 정부는 앞으로 신속항원검사 요건 자체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8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관련 청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월 3일부터 4월 3일까지 국내 병·의원에서 실시한 신속항원검사 청구 금액은 7303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으로는 7168억원이 빠져나갔고, 저소득층에 제공되는 기초사회보장 정책 중 하나인 의료급여로 134억원이 지급됐다.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구분한 자료를 보면, 동네병원으로 통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지급된 금액만 6829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청구금액(7303억원)의 93.5%에 해당한다. 반면 종합병원과 병원급이 같은 기간 신속항원검사로 벌어들인 돈은 473억원(6.5%)에 그쳤다.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확진판정으로 동네 의원들이 가장 수혜를 봤다는 것이다.
이런 폭증세는 정부가 지난달부터 병·의원에서 받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확진 판정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에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의료기관의 신속항원검사 건강보험 청구 횟수는 총 1289만8809건에 달했다. 전 국민(5162만명) 4명 중 1명은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는 계산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월 28일 제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병‧의원 신속항원검사 시행을 의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월) 건정심에서 신속항원검사 시행 두 달 동안 8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했다”며 “독감 진찰료가 비급여로 3만원 정도인데, 그 정도로 생각하고 수가를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5000억원이 넘는 돈이 신속항원검사 명목으로 건보에서 빠져나간 것이 논란이 되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수가 조정에 나섰다. 진찰료, 검사료, 감염예방관리료로 구성되는 검사비 가운데 감염예방관리료는 지난 4일부터 지급하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진료일과 청구일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관련 금액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도 동네 의원에서는 신속항원검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신속항원검사 정책은 건보 재정과 예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정책의 표본이다”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확진된 상황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것 자체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신속항원검사로 거액이 나간 것은 오미크론 유행을 촉발시킨 정부 탓이기도 하다. 임현택 대한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관련 수가가 높게 책정돼 비용이 커진 것이 아니라, 하루에 확진자가 60만 명씩 쏟아지니까 검사 비용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동네 병원의 신속항원검사 확진 판정이 없이는 그 많은 확진자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방역당국의 잘못으로 커진 유행을 일선 의사들이 희생해서 막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신속항원검사 정책을 오는 5월 13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다만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과 맞물려 정책을 대폭 손 볼 계획이다. 예를 들어 먹는 치료제 처방을 받을 사람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도록 하는 식이다. 복지부는 “(5월 13일 이후) 연장 여부는 코로나 유행 상황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며 “연장하지 않을 때 치료제 처방을 위한 검사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