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후발 주자로 뛰어든 국내 제약업체들이 임상 환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되며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데 임상환자 모집을 완료한 업체는 한국화이자 한 곳뿐이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을 진행 중인 곳은 총 19곳이다. 이 중 한국화이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임상시험 승인완료 또는 환자 모집 중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승인완료인 곳은 8개, 환자 모집 중인 곳은 10개다. 제약업계에서는 일단 환자가 확보되는 대로 임상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하고 있으나, 제대로 환자 모집을 완료한 곳은 없는 것이다.
그나마 국내에서 임상이 가장 앞선 곳은 신풍제약과 종근당이다. 그러나 이 두 곳도 임상 환자를 모집 중이다. 신풍제약은 국내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로 승인받은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에 적용해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가 신풍제약 피라맥스에 대한 임상 3상 계획을 승인한 건 지난해 8월이고 환자 모집을 시작한 건 10월이다. 지난해에 코로나 환자가 많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반년이 지날 때까지 환자 모집이 완료되지 않은 것이다.
종근당은 원래 혈액 항응고제 또는 급성췌장염 치료제로 쓰이는 ‘나파벨탄’을 약물재창출 임상시험을 통해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19세 이상의 중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돼서 중증 환자들이 많지가 않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이 임상 환자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는 “국내 기업이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치료약의 성공 확률이 높거나 자금력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라며 “환자들 입장에선 화이자나 머크 등의 치료약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인데 굳이 임상에 참여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빅파마가 약을 낸 상태에서는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약물재창출 방식의 경우 임상 환자 모집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약물재창출은 다른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거나 개발 중인 약물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질병 치료제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신약에 비해 개발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나, 성공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을 진행하는 전문가 입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약을 환자에게 추천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그러면 환자가 임상 참여에 동의하기 망설이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여러 차례 시도하다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 방법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신약 개발 시도만 했다가 접는 경우도 있어서 안 좋게 비치기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