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정모(32)씨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하기 직전인 2016년 전자공학회 논문 두 편에 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씨는 이 논문을 2017년 의대에 편입할 때 자신의 주요 경력으로 소개했다. 정씨가 편입했던 2017~2018년 경북대 의대 입학 서류 평가 기준에 논문은 포함됐다.
14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이 경북대에서 제출받은 정 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 전형 심사 기록을 보면 2018년에 편입한 아들은 2015년 8월 1일부터 2016년 4월 1일, 2015년 8월 1일부터 2016년 8월 1일까지 연구한 결과 두 편의 전자공학회 논문에 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자기기술서에 적었다.
정씨가 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은 ▲사물 인터넷 환경에서 CoAP 기반의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 방법 ▲사물 인터넷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oneM2M기반 ISO/IEEE 11073 DIM 전송 구조 설계 및 구현 두 편이다.
이 두 편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사람은 석⋅박사급으로, 정씨 혼자 학사였다. 정씨는 2016년 2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논문을 쓸 때는 경북대 4학년 학부생이었고, 논문이 등재됐을 때는 학부 졸업생이었다.
전자공학회 논문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학술지에 해당한다. KCI급 학술지에 등재됐다는 것은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두 논문은 학회에서 검토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학술지에 등재됐다. 첫 논문은 2016년 3월 16일에 접수해 3주 만인 4월 4일에, 6월 28일 접수한 두 번째 논문은 한 달여 만인 8월 1일 같은 학술지에 등재됐다.
정씨는 자기기술서에는 “제가 의학연구에 뜻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프로젝트 초반에 직접 참여했다”고 했다.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을 미리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 작업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쓴 논문은 학회 검토 두 달여 만에 아버지가 병원장으로 있는 의대에 입시 ‘스펙’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정씨는 “(내가 참여한 연구실은)석·박사 과정생들이 주축이다”라면서도 “(그렇지만) 선배들에게 놀랄만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하고, 최신 논문도 번역하면서 연구실의 심부름꾼이 아닌 한 사람의 연구원으로서 당당히 연구에 참여했고, 결국 두 편의 논문에 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도 적었다.
교육부는 2014년 2월 의·치과대학 학사편입학 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의학전문대학원과 의대를 병행 운영하던 서울대, 연세대 등 11개 대학은 2015년부터 4년간, 경북대를 비롯해 의학전문대학체제에서 의대로 복귀하는 11개 대학은 2017년부터 4년간 학사 편입을 받기로 결정했다.
논문 등 전형요소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이런 발표가 나온 직후인 2015년 10월 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 경북대 U헬스케어 융합 네트워크 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있었다. 그 당시 정씨는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2017~2018년 경북대 의대 편입 요강을 보면 “자기기술서 및 증빙서류에 근거하여 전공교육 성취도, 의학적성 및 발전가능성, 전공소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라며 “리더로서 활동과 경력”을 서류면접 중 전공소양 평가 기준에 포함했다. 서류전형은 1단계 전형 총점 500점 중 200점을 차지한다.
조선비즈는 정 후보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