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중이던 코로나19 환자가 지난 7일 오전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방이동에 사는 양모(27⋅여)씨는 지난 14일 선별진료소 유전자증폭(PCR)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흘 밤을 오한과 발열에 시달리다가 받은 검사였다. 양씨는 “열이 39℃까지 치솟고, 오한과 기침은 물론 인후통에 두통까지 몰려와 나흘 동안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오미크론은 증상이 약하다고 하는데, 예상보다 훨씬 아프고 증상도 많았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에 사는 우모(36⋅남)씨는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회사 출근을 앞두고 받은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 이튿날 PCR에서 양성을 받았다. 집밖에 나설 때마다 마스크를 두 개씩 끼고 생활했던 데다, 아무런 증상도 없어서 PCR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깜짝 놀랐다. 우씨는 “목이 약간 칼칼한 정도로 가볍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역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걸려도 무증상·경증? 절대 장담 못 해”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0만명 넘었다. 누적 확진자는 이미 82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100명 가운데 16명은 코로나에 걸렸다는 뜻이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과 계절독감은 유사하다”며 추가 방역 완화에 나섰지만, 코로나19에 한 번 걸려 본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이건 계절 독감이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죽을 정도로 아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사람까지 증상과 경험담도 천차만별이다. 의료계에서는 인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따라, 치명률이 낮다고 감염 후 증상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치명률이 0%에 가까운 젊은 층도 건강 상태, 바이러스 노출량, 선천적 면역 정도에 따라 심하게 앓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젊은 층은 감염 후 증상이 가벼울 확률이 높지만 100% 장담할 수 없다”며 “내원하는 환자도 증상이 저마다 다 다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개인이 갖는 자연면역에 따라 증상이 나뉘지만, 면역력이 강하다고 적게 아픈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몸 안에 면역체계가 활발하면 그만큼 열도 많이 나고 증상도 강하게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보는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의 증상이 가지각색이다”라고 했다. 아무 증상이 없다는 환자의 폐를 영상으로 찍었더니 폐렴으로 망가져 있는 경우도 있고, 고열과 근육통, 오한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데, 막상 폐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엄 교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발열, 기침, 가래,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이지만, 근육통도 여럿 나타난다”며 “코로나가 호흡기 바이러스라고 해도, 인체 감염으로 열이 나게 되면 면역 물질이 발생하면서 두통, 관절통, 근육통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몸 전체에 면역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장기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전망이 나오면서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점심시간을 맞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 “고의로 걸린다는 건 위험한 생각”

하지만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적용될 사회적 거리두기 수위를 완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감염돼서 자연면역을 얻고 백신을 안 맞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는 이야기도 공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개인이 높은 수준의 방역 긴장감을 계속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엄 교수는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자기 혼자 걸리는 데서 끝나는 병이 아니다”라며 “만에 하나 일부러 감염됐다가 주변 고위험군까지 바이러스에 노출돼 상태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고의로 걸린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백재중 신천연합병원장은 “코로나와 독감의 결정적 차이는 중증화·치명률 차이인데 당연히 코로나의 중증화·치명률이 독감보다 훨씬 높다”며 “최근 정부가 제시하는 중증화·치명률은 중환자, 사망자 수를 방역 정책으로 조절하면서 보정된 수치인데, 현재 방역을 전부 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를 앓고 난 후에 나타나는 후유증(롱 코비드) 증상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에 확진돼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오랜 시간 체중감소, 식욕저하, 근육통, 관절통, 인지장애 등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며 “정부가 오미크론을 계절 독감과 비교하는데 이런 장기 후유증은 독감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