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제네릭(복제약) 생산을 맡게 된 것에 이어 ‘팍스로비드’ 위탁 생산을 하겠다고 두 번째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에 생산하는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는 전량 저개발국 등 해외에 수출되며 국내에는 공급되지 않는다. 다국적 제약사의 위탁생산을 맡게 되면 통상 글로벌 수준에 맞는 의약품 생산능력이나 기술력 등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았다는 간접 지표이기 때문에 본업과 함께 ‘투트랙’ 전략을 펼치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는 17일(현지 시각) 유엔 국제의약품구매기구 산하 의약품특허풀(MPP)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제조를 맡을 제네릭 제약사를 발표한다. 선정된 제약사들은 올해 12월까지 첫 팍스로비드 제네릭 공급을 위한 준비를 끝내야 한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이번 주 발표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는 셀트리온(068270)을 비롯해 엔지캠생명과학 등 다수의 국내 기업이 개별 입찰을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셀트리온의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앞서 미국 머크(MSD)의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제네릭 제품 위탁 생산 입찰에서 한미약품과 함께 선정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제네릭 완제품 개발과 생산은 계열사인 셀트리온제약에서 맡고 셀트리온이 해외에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제약에서 제형 연구를 통해 생동성시험, 허가 등 상업화를 위한 절차를 거쳐 청주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셀트리온의 해외 판매망을 통해 수출을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저개발 국가에 제네릭을 공급하는 한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대해선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판매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엔지캠생명과학도 원료의약품(Geniric API)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 역량을 활용해 위탁생산을 맡겠다는 입장이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입찰을 넣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수준급으로 공정성과 안정성을 평가하며 시설, 설비, 회사 경험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선정된다”며 “고마진이 남는 사업은 아닐 수 있지만 다국적 제약사의 생산을 맡게 된다면 기술이 입증됐다는 뜻으로 국내 제약사에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팍스로비드 공급 속도는 몰누피라비르보다 느릴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팍스로비드가 출시될 예정인 95개국 중 일부 지역은 팍스로비드 공급까지 앞으로 1년은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팍스로비드를 구성하는 약 중 ‘니르마트렐비르’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제네릭 제조사들의 라이선스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원자재 부족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분석기관인 에어피니티(Airfinity)에 따르면 팍스로비드 제조를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공급업체로부터 확보한 38가지 물질과 시약이 필요하다.
한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구용 치료제 임상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총 11곳이다. 그 중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대웅제약과 신풍제약이다. 대웅제약은 만성 췌장염 치료제를 ‘코비블록’이라는 이름의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하는 약물 재창출을 시도하고 있고,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 ‘피라맥스’의 임상 3상 단계다. 이 밖에 일동제약,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대원제약, 아미코젠파마, 진원생명과학, 종근당, 동화약품 등이 임상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