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세상을 떠났다. 향년 54세. /연합뉴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및 NXC 이사의 아버지는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이사장인 김교창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84·고시 10회)다.

김 이사장은 남다른 길을 가는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김 이사가 넥슨을 설립한 1994년, 아버지는 아들 회사의 1호 투자자가 돼 줬다. 넥슨이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을 무료로 빌려줬다. 넥슨 초창기에는 김 변호사가 넥슨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58년 제10회 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법원 판사, 한국회의법학회 회장, 대한공증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기업법 전문가다. ‘표준회의진행법 교본’을 대표집필할 정도로 이 분야에 해박해 ‘회의법’의 대가로 불린다.

김 이사가 넥슨 창업초기부터 지금까지 강력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점도 기업법 전문가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넥슨은 김정주 회장이 최대주주인 NXC를 최상단에 두고 그 밑으로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있는 수직적인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넥슨 창업 초기 김 이사가 ‘무차입경영’을 펼친 것도 아버지 조언 덕분이었다. 당시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 이사는 외부에 손을 벌리지 않았다. 김 이사는 다른 벤처 창업가의 지분율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의 NXC지분을 갖고 있었다.

김 이사의 무차입경영은 1990년대 말 빛을 발휘한다. 1998년 IMF 사태가 터지자 무수한 기업이 쓰러졌다. 오로지 투자유치에 혈안이 돼 남의 돈으로 성급하게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들은 IMF 파도를 만나자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하지만 김 이사는 기업을 지킬 수 있었다.

김 이사는 판사 출신 아버지 덕분에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부모 말에 순종하는 모범생은 아니었다. 학교를 자주 빼먹어 아버지한테 혼이 났다고 한다. 또 책을 보러 가는 것보다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를 자주 찾았다. 1980년대 초 교보문고는 컴퓨터 체험시설을 운영했다.

괴짜 같은 행동을 많이 했지만, 공부는 잘했다. 김 이사는 1986년 2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광성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김 변호사는 종로가 본적인 서울 토박이로 1955년 서울고, 1961년 서울대 법과대 법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