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오후 대구 달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하는 한 아이 엄마가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달래며 검체를 채취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뉴스1

회사 동료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소식을 들은 이 모씨(45)는 전가족이 자가검사키트로 신속항원검사를 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씨가 구매한 키트(래피젠)에 동봉된 사용법 안내에는 사전 준비 사항으로 ‘3회 코풀기’를 하라고 했는데, 아내가 구매한 키트(휴마시스)에는 그런 설명이 빠져 있었다.

여기에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는 자가검사를 할 때 검사 1시간 전부터 코를 풀거나 세척하지 않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 씨는 “앞으로 여러 번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받아야 할 텐데 제조사는 물론이고 방역당국까지 천차만별로 사용법을 안내해 무엇을 따라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섭게 늘어나면서 자가검사를 하려고 병원과 약국 선별진료소 등을 찾는 시민들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스스로 코로나를 검사해야 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선별진료소에서는 무료로 나눠주고, 약국에서 낱개로 6000원씩에 판매하는 자가검사키트의 사용법이 제품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래피젠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사용법 안내서. 검사를 하기 전에 3회 코를 풀어서 이물질을 제거할 것을 권고했다./최정석 기자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개인용으로 허가를 받은 자가검사키트는 에스디바이오센서, 휴마시스, 래피젠, 젠바디, 수젠텍 등 5개 제조사의 6개 제품이다. 수젠텍과 젠바디는 오미크론 방역 체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이후 허가가 나왔다.

이날 약국에서 구입한 래피젠의 바이오크래딧 홈키트의 사용법을 보면 검사 전에 ‘코풀기’를 3회하고 손을 씻을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휴마시스, 에스디바이오센서, 수젠텍 등에는 그런 내용은 있지 않다. 낱개 포장해서 판매하는 휴마시스 제품에는 그림으로만 제작된 사용 설명서가 동봉돼 있었고, 따로 주의사항 등은 있지 않았다.

휴마시스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사용법 안내서/김명지 기자

최근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수젠텍 제품에는 사용법과 주의사항이 모두 영어로 적혀 있어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어로 된 사용법은 키트 내용물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영어 사용법에서도 코풀기에 대한 언급은 따로 있지 않았다.

여기에 정확한 검사를 지도해야 할 정부는 아예 다른 방법을 안내하고 있었다. 지난해 5월 질병청이 배포한 자가검사키트 사용 원칙 및 유의사항을 담은 안내 자료에서 “검사 1시간 전에는 코를 풀거나 세척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질병청은 같은 내용으로 ‘자가검사 주의사항’ 카드뉴스도 제작해 배포했다.

제조사는 이렇게 사용법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신속항원검사 키트 자체의 특성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가검사키트는 개인용과 전문가용이 있는데, 전문가용은 면봉을 비인두(콧속 깊은 곳)에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고, 개인용은 그보다 깊지 않은 비강(콧속)속 검체를 채취해 검사하는 방식이다.

질병관리청 카드뉴스

래피젠의 표영수 이사는 “자가검사는 면봉으로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쉬운 피부 검체를 채취해 시약과 결합시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기본 원리”라며 “코를 풀도록 안내하는 것은 콧속 깊이 있는 콧물이 바깥으로 흘러 나오도록 채취하기 쉽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풀기’는 코 속 깊이 있는 콧물을 바깥으로 꺼내서 검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 코를 풀어서 없애 버리라는 뜻이 아니란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진단키트의 사용방법과 사용시 주의사항은 허가를 위해 수행한 임상시험과 사용자 적합성 평가를 기초로 작성되고, 각 회사의 임상시험과 사용자 적합성 평가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용방법과 주의사항도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키트의 사용설명서에 나와 있는 대로 검사를 해야 가장 최적의 결과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대 목동병원 천은미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코 안쪽 세포(검체)를 면봉으로 채취해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최근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편도에서 주로 증식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면봉을 목 안쪽에서 두어 번 먼저 휘저은 다음, 같은 면봉으로 코 안을 10여회를 휘저어 검체를 채취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