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만 명을 넘어서면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는 유지하고 6·9제(사적 모임 인원 6인 허용, 식당·카페 등 오후 9시 영업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확진자 숫자는 9만443명을 기록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확진자 숫자를 언급하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지만, “위중증 환자 수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의료대응에도 아직 별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별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나타나는 지표는 다르다. 전날 코로나 사망자는 39명으로 직전주 하루 평균 사망자(27명)보다 크게 늘었다. 중증 환자는 313명으로 지난 14일(306명) 이후 사흘째 3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미크론의 치명률도 0.19%(12일 기준)로 2주 전(0.15%)과 비교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는 17일 일상복지위원회를 열고 오는 21일부터 적용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확정한다. 정부는 방역패스는 유지하되 거리두기는 현행 6·9제를 ‘8명, 오후 10시’ ‘8명, 오후 9시’, ‘6명, 오후 10시’ 등으로 수위를 낮추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방침과 관련해, 확진자 수가 정점에 도달하는 것을 확인하고 거리두기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봤다. 오미크론 대응 체계의 핵심은 확산세 억제보다 중환자 사망자 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인데, 섣불리 거리두기를 완화했다가는 중증 환자를 관리하는 의료체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상황에 거리두기를 푼다는 건 정상을 밟기도 전에 하산부터 생각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매일 10만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중환자 사망자가 얼마나 나올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며 “정부가 조급하게 움직일 것이 아니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확진자 숫자는 PCR(유전자증폭)검사 대상을 제한했는데도 나오는 숫자”라며 “확진자 수가 매일 늘어나고 중환자·사망자 수 등 모든 지표가 다 악화하는데 거리두기를 풀겠다고 하는 것은 용기있는 결단이 아닌 무모한 만용”이라고 말했다.
돌파감염이 잦은 오미크론 변이 특성 상 방역패스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현재 성인 백신 접종률이 96% 수준인데도 확진자 수가 연일 수만 명을 기록하는 것은 등 이미 바이러스가 퍼질 대로 퍼졌다는 뜻”이라며 “방역패스로 미접종자를 바이러스 접촉으로부터 보호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소상공인 피해를 감안해 거리두기를 풀어야 한다면, 시간제한을 가장 우선순위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원제한은 모임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지 손님을 차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접종자들이 오미크론 변이에 돌파감염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감염 확산을 백신만 가지고 막을 수 없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며 “정부가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을 유도하려면 방역패스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패스 유지의 목적으로 미접종자 보호를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방역패스라면 고위험군이 주로 방문하는 요양병원,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등에 제한적으로만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