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들어옵니다.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 트럭이에요.”
지난 10일 오후 2시 30분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를 생산하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래피젠 공장에 5t 트럭 한 대가 들어왔다. 하역장에 트럭이 도착하자 짙은 색 패딩에 운동화를 신은 직원 여섯명이 벌떡 일어나 자가검사키트가 담긴 박스 20개를 수동 리프트에 실어 출입구 가장자리로 옮기기 시작했다.
출입구에 비닐로 랩핑된 박스 20개가 나란히 도열하자, 지게차가 차례차례 들어 올려 트럭 위로 옮겼다. 박스 하나에 담긴 자가검사키트는 총 800개. 트럭에는 200여개 박스가 실렸다.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자가검사키트 16만개가 실려 나가는 모습이다.
이 공장 출하팀에 있는 신모(28)씨는 “오늘 하루 하역장에 5t 트럭을 포함해 트럭 총 6대가 들어왔다”며 “이 정도면 많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9일에만 크고 작은 트럭 20대가 와서 검사키트를 실고 나갔다고 한다. 신씨는 “질병관리청(질병청) 주문 물량이 있는 날에는 하루에 수십대가 공장에 들어온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자가검사키트가 80만~90만 개인데, 재고까지 포함해 수백만개가 넘는 제품이 한꺼번에 출하된 적도 있다고 한다. 신씨는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오다 보니 생산을 하는대로 곧바로 납품하는 상황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일반산업단지 초입에 위치한 래피젠 공장은 연면적 1만1000㎡(약 3300평)에 3개 층으로 구성됐다. 건물 1층에서는 검사키트를 조립포장하고, 2층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추출용 진단시약을 생산한다. 3층에서는 1~2층에서 생산한 제품을 박스에 넣어 마지막으로 포장하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완제품을 다시 1층으로 내려보내 트럭이 실어 나른다.
1층 공장에는 검사키트를 조립·포장하는 자동화 설비가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굉음이 울리는 가운데 방진복을 입은 10여명의 직원이 산더미 같이 쌓인 검사키트 부품을 분류했다. 콧속 검체를 채취하는 면봉, 진단시약, 제습제 등을 하나씩 분류해 투명 플라스틱 백에 직접 집어넣는 식이다.
이 공장을 총괄하는 김모 팀장은 “자동화 설비의 시간당 조립 역량이 7000개 정도 되는데, 포장은 5500개로 좀 부족하다”며 “부족한 시간당 1500개의 포장 역량을 ‘손 조립’ 라인을 따로 만들어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1층에만 그런 테이블 대여섯개가 있었다. 국내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5개 자가검사키트 중 래피젠이 공공기관에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래피젠이 생산하는 검사키트는 질병청과 전국 편의점, 약국에만 제한적으로 납품되고 있다. 김 팀장은 “정부가 유전자증폭(PCR) 검사 비중을 줄이고 신속항원검사를 주력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검사키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주간과 야간을 합쳐 500여명의 직원이 매일 24시간 일하는데도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불과 석달 전만 해도 하루 60만개를 생산하면 창고에 재고가 쌓였는데, 이달 들어서는 상황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재고 창고는 이미 비었고, 하루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제품이 생산되는대로 지게차에 담겨 트럭에 실린다.
이 공장 물류팀 이모씨는 “지난 설 연휴에도 200명 남짓한 직원이 희망자에 한해서 출근 작업을 했다”며 “기존 직원만으로는 손이 모자라서 주야간 현장 직원을 계속 채용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임신테스트기 등 기존 제품 생산 설비는 현재 가동을 중단했다. 공장의 모든 인력과 설비는 검사키트 쪽으로 집중된 상태다.
래피젠 수원 공장의 가동률은 70~80%다. 1~2층의 기존 설비를 100% 가동하면 하루 최대 110만개까지 검사키트를 생산할 수 있는데, 현장 인력이 부족해 최대 역량을 내지 못한다고 한다. 래피젠은 하루 500만개 생산을 목표로 공장 1층과 2층에 생산 설비를 추가로 들이고 주·야간을 합쳐 직원을 700~8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추가 증설로 다음 달 중순쯤에는 최대 생산 능력이 월 1억7000만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래피젠은 현재 설비 도입 예약을 마쳤으며, 직원 채용이 원활한 지역으로 공장 후보지를 찾고 있다.
래피젠 영업마케팅본부 표명수 이사는 “2019년 50억원 정도였던 연간 매출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2020년 1000억원을 넘겼다”며 “오미크론으로 올해 매출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