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선 사전투표(3월 4~5일)와 본투표(3월 9일) 사이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유권자가 사실상 대선 투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7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확진자의 현장 투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이 ‘다양한 방안’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차를 타고 투표하는 ‘드라이브스루’ 투표나 확진자용 투표소를 따로 만드는 ‘확진자 투표소’ 방식이 거론된다.

정 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도 확진자가 재택치료 중에 자동차로 이동해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기에 현장 투표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네, 맞다”고 답했다.

정 청장은 이어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하는 현장 투표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하느냐’는 신 의원의 물음에 “네, 그 부분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청장은 또 “전염력을 최소화하면서도 참정권을 지킬 수 있는 대안들의 기술적인 검토를 하는 상황”이라며 “위험도는 줄이고 참정권은 넓히는 가장 적정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앞서 지난달 20일과 24일 확진자 투표와 관련해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선거관리위원회 방침에 따르면 사전투표일(다음달 4~5일) 이전 확진자는 이달 9~13일 거소투표를 신청하거나, 생활치료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거소투표는 병원·요양소에 기거하거나 신체에 장애가 있어 거동할 수 없는 유권자가 미리 신고하면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문제는 사전투표 기간 이후 확진된 경우다. 다음달 6일부터 투표 당일인 9일 사이 확진 판정을 받았을 경우엔 자가격리 확진자와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모두 투표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더욱이 지난해 재·보궐 선거 때는 대부분 확진자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거나 입원 상태였기 때문에 센터 등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가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재택치료 환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유효하지 않다. 확진자 숫자에서도 차이가 난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 때 하루 확진자 규모는 500여명 수준이었지만, 다음달 하루 확진자는 최대 12만~17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사흘 동안 정부 예측대로 확진자가 발생한다고 보면 최대 50만명이 투표를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50만 명은 한국 인구(5100만명)의 1%에 해당한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이번 대선은 박빙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투표를 하지 못하는) 확진자 45만 명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수치”라며 “일상적 수준 관리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특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미국 미주리주의 예를 들어 드라이브스루로 차를 타고 와서 투표하는 방식, 전국 읍면동 3500개 동 별로 확진자 전용 투표소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선거기간 확진자 투표에 필요한 필수의료인력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서 특별 지원 대책을 만들수도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 밖에 확진자들의 투표 시간을 일반인 투표가 끝난 오후 6시부터 10시로 연장하는 방식 등도 나왔다. 정 청장은 김 의원의 말을 메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구체적인 방침을 오는 15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지난번 총선 때 한 번 경험이 있었다”며 “2월 15일 중앙선거관계장관회의에서 최종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김 총리는 “사전투표 제도, 거소투표 제도, 투표장에서 시간을 달리하는 방법들을 다 고려하면 우려하는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