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를 함께 예방하는 이른바 ‘플루로나(Flurona-Flu+Covid) 백신’을 올해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40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플루로나 백신을 비롯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방셀 CEO는 “백신 공급과 관련해 정보를 교류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mRNA 방식이면) 1회 접종으로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예방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가을과 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할 가능성이 큰데, 두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면 정부는 국민에게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 동시 접종을 유도해야 한다”며 “전 세계 지도층들은 국민에게 여러 번 백신을 접종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됐지만, 새로운 변이가 연달아 나타나면서 집단면역은커녕 부스터샷(추가접종)만 거듭됐다. 이로 인해 ‘백신 접종’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게 됐고, 이제 한 번에 독감과 코로나19 모두 예방하는 백신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정부 차원에서 생겼다는 것이다.
모더나가 개발하는 플루로나 백신 ‘mRNA-1073′은 전임상(신약후보물질을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 동물에 먼저 사용해 독성, 효과 등을 알아보는 시험)이 진행 중이다. 모더나는 지난해 12월 플루로나 백신 제작에 활용하는 계절성 독감 백신 후보물질 ‘mRNA-1010′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임상2·3상에 돌입했다.
모더나는 올해 플루로나 백신을 출시한 후, 매년 이 백신이 예방할 수 있는 감염병을 추가해 일종의 ‘만능 호흡기 백신’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회사의 최우선 과제로 잡았다.
방셀 CEO는 “내년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풍토병 수준까지 떨어지면 코로나19 백신을 독감 백신처럼 매년 접종해야 할 수도 있다”라며 “mRNA 기술을 활용하면 플루로나 백신 적응증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을 추가할 수 있는데, 이러면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을 하나의 백신만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오미크론 맞춤형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mRNA를 활용한 독감 백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화이자는 지난해 9월 성인을 위한 mRNA 독감 백신에 대한 1상 결과를 발표했다. 화이자의 백신 연구 부사장인 피라다 수파피팟(Pirada Suphaphiphat)은 CNBC와 최근 인터뷰에서 “mRNA 백신은 기존 방식의 독감 백신보다 더 효과적이고 빠르게 독감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mRNA 방식의 독감 백신은, 빠르게 개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감염 예방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독감 바이러스도 매년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백신을 개발해서 접종하게 된다.
기존 방식의 독감 백신은 그동안 접종 초기 감염 예방효과 40~60%, 유행이 끝날 때쯤엔 10%까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mRNA 방식 독감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만 있으면 맞춤 백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변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효과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의학계의 예측이다.
한편, 방셀 CEO는 또 오미크론 맞춤형 백신에 대해선 “올해 가을 출시가 목표”라고 했다. 이는 앞서 지난해 12월 1일 스티븐 호지 모더나 이사회 의장이 “내년 3월 승인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한 것에서 6개월가량 늦춰진 것이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는 지난 10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3월에는 오미크론 맞춤형 백신이 준비될 것”이라며 “일부 국가가 가능한 한 빨리 오미크론 백신을 만들어달라 요청해 별도로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