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올해는 코로나19 종식이 가능할지를 놓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18년 미국 시카고에서 최초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1920년 종식됐다. 최근 빠르게 확산된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등 기존 변이보다 증상이 약하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이런 희망은 커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 호흡기 감염 전문가들은 “완전 종식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독감처럼 일상과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미크론 변이에 기존 백신의 부스터샷(추가접종)이 효과가 있고, 먹는(경구용) 치료제가 나온 만큼 코로나 바이러스도 ‘통제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오미크론보다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서 또 다른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올 수도 있다고 봤다.

그래픽=손민균

◇ “치료제 등 개발로 올해 안에 일상회복 가능”

4일 조선비즈가 인터뷰한 전문가 5인은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이른바 ‘완전 종식’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올해 안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은 있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올해 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완전 종식된다는 것이 아니라 (치명률이나 전파력이) 감기 수준으로 약화돼 ‘위드 코로나’가 가능해진단 얘기다”라고 했다.

천 교수는 “얼마 전 오미크론은 폐까지 침투해 퍼지는 속도가 델타보다 느리고, 이 때문에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해외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등에서 생쥐와 햄스터로 오미크론 감염 동물 실험을 진행한 결과 오미크론에 감염된 동물의 증상이 델타 등과 비교해 훨씬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

델타 등 기존 변이에 감염된 쥐와 오미크론에 감염된 쥐의 폐에서 각각 바이러스를 검출한 결과, 오미크론에 감염된 쥐의 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양이 기존 변이에 감염된 쥐의 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양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적었다고도 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어지는 식의 종식은 불가능하다”라면서도 “현재 (팬데믹)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는 게 아예 불가능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팬데믹 1년 만에 백신을 개발해 전 세계 접종하는 것 자체가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라며 “타미플루 수준으로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호흡기 전파가 덜 되게 하는 과학 기술이 나오면 코로나와 함께 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올해 안에 이 모든 일이 진행되기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구성동 대전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시설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를 검출해 내는 진단키트를 확보해 시약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미크론, 마지막 변이 아닐 것… 올해 종식 힘들다”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에 비해 중증화율, 치명률은 낮고 전파력은 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질병관리청(질병청)이 발간한 ‘주간 건강과 질병’ 제14권에는 “지금까지 조사·보고된 바에 의하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환자의 대표적인 특징은 전파력과 감염력은 높지만, 치명률은 낮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긍정적인 소식에도 전문가 5명 중 3명은 오미크론 외에 또 다른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 팍스로비드(화이자)와 몰누피라비르(MSD) 등 현재 출시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실제 효능 등을 이유로 코로나 종식은 물론이고, 올해 안에 코로나 팬데믹이 반전되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김윤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올해 안으로 팬데믹 상황이 끝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팬데믹이 끝나려면 항바이러스제의 효과가 90%에 육박하고, 처방에도 제한이 없어야 한다”며 “그런데 현재까지 나온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고, 간이나 신장 질환이 있으면 처방을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변이가 생길 수도 있다”고도 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약하다고는 하지만 독감과 같은 호흡기 풍토병과 비교하면 기본적으로 전파력, 치명률이 매우 높다”며 “이른 시일 내로 팬데믹이 끝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정 교수는 “바이러스 위험성을 독감 수준으로 낮추려면 치료제 개발과 동시에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19 감염으로 자연 면역을 얻는 등 면역 수준이 크게 높아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이후에 강력한) 신규 변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코로나 종식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6개월마다 새로운 변이가 나오는 상황에선 (종식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상회복을 위해선 신종 변이가 출현했을 때 그 확산을 초기에 틀어막아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선 코로나19 백신이 주요 선진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골고루 공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