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이 mRNA(메신저리보핵산)방식의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제외한 기존의 코로나19 백신을 무력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국내에서 쓰이는 항체치료제의 변이 치료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셀트리온(068270)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에 대한 델타, 오미크론 등 주요 변이 바이러스 치료 효과 검증에 나섰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봉민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달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 효과 평가를 위한 전향적 연구’ 제안서를 발주했다.
이 제안서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은 “코로나19의 다양한 변이에 대해 항체치료제 등의 효능이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 환자의 변이 바이러스 치료 효과는 확인된 바 없다”며 “국내에서 사용되는 항체치료제의 치료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허가된 코로나19 치료제는 길리어드가 개발한 렘데시비르와 셀트리온이 개발한 렉키로나가 있는데, 이 중에서 단일클론 항체로 만든 치료제는 렉키로나가 유일하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폭증한 코로나19 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 항체치료제인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를 생활치료센터 등 의료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다.
현재 정부는 렉키로나가 코로나19 델타 변이에도 치료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연구를 진행 중인데, 추가 연구를 또 발주한 것이다. 국내에서 변이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사용되는 항체치료제의 변이에 대한 치료 효과를 평가해서, 앞으로 변이 대응 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델타 변이 치료 효과에 대한 김염병연구소의 연구 중간 결과는 내년 1월 초 나올 예정이다.
연구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2개월 이내이며, 국산 치료제를 투여받은 경증 및 중등증 환자 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와 치료 후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하게 된다. 또 변이 바이러스에 따라서 치료제의 효능도 분석하게 된다.
오미크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단일 클론 항체치료제가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덜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홍콩 연구진과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기존의 백신과 항체치료제에 쓰인 18개 항체에서 ‘현저한 내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첫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해서 만든 항체치료제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서는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단일 클론 항체치료제의 경우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에는 치료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오미크론 등 변이가 우세종이 될 경우) 기존의 항체치료제를 쓰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필요하다”며 “반대로 경구용 치료제는 이런 변이 바이러스에 영향을 덜 받으니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 따라 항체치료제 임상을 다시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오미크론에 대해 기존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가 떨어진 것이지, 중증 예방효과는 유지되고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항체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의 항체를 활용한 항체치료제가 가장 잘 듣겠지만, 치료제라는 것은 오미크론만 표적으로 해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봉민 의원은 “렉키로나 개발에 500억원이 넘는 국가예산이 투입됐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렉키로나의 경제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분석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