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백신 접종자에 대한 추가접종(부스터샷)이 시작된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을 찾은 시민이 부스터샷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마치고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돌파감염된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을 뛰어넘는 또 다른 변이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기존의 백신을 뛰어넘는 ‘슈퍼’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도 3개월 만에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지원 회의를 여는 등 새로운 백신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AZ·얀센·모더나·화이자 오미크론 돌파감염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국내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178명 가운데 75명은 기본접종(2차 접종, 얀센은 1회)을 마쳤고, 5명은 부스터샷(얀센은 2회)까지 접종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스터샷을 접종하고도 오미크론에 돌파감염된 5명 가운데 3명은 부스터샷을 접종한 후 14일 이상 지나 감염됐고, 1명은 열흘, 1명은 사흘만에 감염됐다.

이스라엘에서 부스터샷을 맞고 오미크론에 돌파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같은 사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최근 화이자⋅모더나를 제외한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등 대부분의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 대한 감염 예방효과가 매우 낮다는 예비 연구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시노팜·시노백 등 중국산 백신은 물론 AZ와 얀센 백신은 접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오미크론 감염예방 효과가 제로(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기존 백신에 메신저리보핵산(mRNA)백신을 추가 접종할 경우 델타 변이 등에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은 보고됐지만, 오미크론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은 상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위원회 제1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연합뉴스

그러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오미크론을 비롯한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영국의 AZ와 독일의 큐어백, 미국의 모더나는 오미크론을 포함한 여러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3가 및 4가 백신 개발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델타, 베타, 오미크론 변이 3개를 표적으로 삼는 백신을 개발 중이다.

화이자는 오미크론도 3차 접종을 맞으면 예방이 된다는 중간 연구결과를 내놨지만, 지난 주말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내부적으로 오미크론에 대응하는 백신도 연구하고 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지난해 연말 화이자, 모더나가 mRNA 방식의 최신 기술로 백신 개발에 성공했듯, 새로운 변이에 대응하는 획기적인 백신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이른바 ‘슈퍼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를 유발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앞으로 사람에게 위협이 될 감염병을 계속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범용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영국 옥스포드와 헬싱키 기반 바이오스타트업인 밸로테라퓨틱스(Valo Therapeutics)는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단백질 스파이크가 아닌 바이러스 자체를 공격하는 백신을 개발해 동물 실험 중이고, 프랑스 제약사인 오시벡스는 바이러스 단백질 자체를 표적으로 한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 국산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 박차

한국 정부도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지원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화이자·모더나 백신이 보급되고, 정맥주사형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 사용이 확대된 가운데,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전에 두면서 국내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 동력이 꺾인 상태였다.

그런데 이날 보건복지부는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 지원체계를 마련하기로 하고,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과 국산 경구용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수행기관 5곳을 추가 선정했다. 복지부는 오는 23일 제12차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위원회도 개최한다. 이 회의는 지난 9월 11차 회의가 열린 지 3개월 만에 열리는 것이다.

정부가 다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선 것은 오미크론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앞서 오미크론은 감염력이 강한 대신에 치명률이 낮아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다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될 수도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오미크론의 전염력이 예상외로 크다 보니 ‘확산’ 그 자체가 의료시스템에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치명률이 낮더라도 감염의 규모가 커지면, 의료시스템을 압도하게 된다”며 “중증으로 이환을 막기 위해 60대 이상 고위험군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에 속도를 내고, 주사제 형태의 국산 치료제는 물론, 화이자와 머크(MSD)에서 개발하는 먹는 치료제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으로 11개 품목이 임상 승인을 받았으며, 재조합 방식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은 비교임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 중이다. 이 밖에 코로나19 치료제로 17개 품목이 임상 1상 승인을 받았으며, 정맥주사형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 정식 승인을 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