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PHOTO-4965> EU 집행위가 구매계약 승인한 노바백스 코로나 백신 (제니차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업체 노바백스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올해 4분기와 2022년 확보하기 위한 계약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럽의약품청(EMA)이 노바백스 백신을 승인하면 EU 회원국은 최대 1억 회분의 백신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노바백스 로고 앞에 놓인 백신과 주사기의 모습. sungok@yna.co.kr/2021-08-05 07:08:38/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생산하는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이 올해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품목허가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는 지난 15일 이 백신에 대한 품목 허가 신청서를 식약처에 접수했다. 식약처가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를 심사하는데 40일 정도 시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당장 내달 중순 허가가 날 수도 있다.

허가가 떨어지면 노바백스 백신 4000만회분이 국내에 공급된다. 식약처는 미국 제약사 머크(MSD)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도 올해 긴급사용 승인 허가 절차를 마치기로 했다. 부작용이 적은 노바백스 백신과, 투약이 간편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국내에 빠르게 도입되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후 중환자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 부작용 적은 ‘노바백스’ 연내 허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17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15일 신청한 노바백스 백신 품목허가 절차를 올해 안에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자료를 검토하고 안전성·효과성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하면 외국의 허가 여부와 상관없이 허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타국 허가에 대한 모니터링은 하겠지만, 이것이 허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강립 식약처장이 28일 부산 사하구 소재 어묵 제조업체를 방문해 제조현장 위생관리 실태와 코로나19 방역 관리 상황을 점검한 뒤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바백스 백신은 SK바이오가 기술이전 받아 생산하는 백신으로 영국에서 진행한 임상에서 96.4%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보였다. 다만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의약품청(EMA)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다.

김 처장의 말을 종합하면 노바백스가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승인을 받기 전에 먼저 국내 허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노바백스가 식약처의 승인을 받으면 아스트라제네카(AZ), 화이자, 얀센, 모더나에 이어 국내에 도입되는 다섯 번째 코로나 19 백신이 된다.

국내에서는 노바백스 백신에 대한 허가가 나면 18세 미만의 백신 미접종자의 접종률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노바백스 백신은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으로 앞서 승인을 받은 백신들과 비교하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개발됐다.

자궁경부암, 인플루엔자, B형간염 백신 등도 이 방식으로 만들어져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접종이 시작됐지만, 심근염과 심낭염 등이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 백신 부작용으로 거론되면서 접종률은 쉽게 오르지 않는 상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노바백스를 미접종자 신규 접종과 부스터샷(추가 접종)에 모두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 몰누피라비르도 연내 허가날 듯

김 처장은 이날 MSD의 경구(經口·먹는)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도 올해 허가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김 처장은 “이날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 승인을 요청받았다”며 “전문가 자문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연내 절차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몰누피라비르는 우리 정부가 선구매를 추진하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다. 지금까지 발표된 임상 결과를 보면 몰누피라비르를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지 닷새 안에 투여하면 입원·사망 확률이 약 50% 줄어든다. 이 약은 영국에서 지난 4일 최초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으나, 미 FDA의 승인은 받지 못한 상태다.

미국 제약사 머크가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사진/ AP·연합뉴스

김 처장은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는 의약품은 모두 주사제인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현장에서 사용된다면 좀 더 다양하고 상황에 맞는 방역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아직 국내에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김 처장은 “화이자 먹는 치료제도 만약 질병청의 요청이 있거나, 회사 측에서 직접 허가 신청을 넣으면 최대한 신속하고 철저하게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 글로벌 백신 허브 국산 백신 계획도 ‘청신호’

김 처장은 이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키우기 위해 규제당국이 ‘기업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리가 백신과 치료제를 좀 더 일찍 가질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며 “식약처가 기업친화적 규제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바이오산업을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되고, 그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의 ‘기업친화적’ 행보는 노바백스 백신의 연내 승인과도 연관이 있다. 노바백스 연내 승인을 받으면 정부의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 계획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승인을 계기로 동남아 국가 등으로 노바백스 백신 허가가 확산되면, SK바이오가 안동 공장에서 생산하는 노바백스 백신이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될 가능성도 있다. 노바백스는 냉동보관이 필수인 화이자⋅모더나 백신과 달리, 영상 2~8도에서도 1년 이상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국산 백신, 치료제 개발’ 계획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 8월 임상 3상에 들어간 SK바이오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GBP510)은 노바백스와 같은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이다. 이 백신 후보물질은 기존에 승인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효능을 견주는 ‘비교 임상’ 방식으로 3상 임상이 진행 중이다.

AZ백신은 단백질 재조합 방식이 아닌,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돼, 비교 임상 대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같은 방식의 노바백스 백신이 승인을 받으면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김 처장은 “(GBP510)이 비교적 다양하게 제품화가 됐던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검증된 것 아니냐고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처장은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서는 “효과성 부문에 있어서, 임상 3상을 하지 않고 조건부 허가를 낼 정도의 수준을 충족할만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임상 3상을 보고 최종 판단해야겠다는 것이 우리 평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