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프로젝트는 오는 21일 발사 이후에도 계속된다. 정부는 ‘2020~2022년 우주개발계획’에 2030년까지의 누리호 후속 사업과 활용 계획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르면 누리호는 2023년 무게 500㎏의 차세대 중형위성 3호, 2030년 830㎏의 한국 최초의 달 착륙선 발사에 활용될 예정이다.
◇ 2023년 실전 투입…미·중·러 이어 달 착륙도 도전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국장)은 발사 하루 전인 20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2023년 차세대 중형위성 3호 발사는 인공위성에 이어 발사체(로켓) 기술까지 민간 주도로 개발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비용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한국 첫 ‘플랫폼 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시리즈는 인공위성 개발 주체를 정부에서 민간 기업으로 넘기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항공우주(KAI) 등 기업이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항우연 주도로 완성한 1호는 지난 4월 러시아 로켓에 실려 발사됐는데, 3호부터는 기업 주도로 개발되고 발사 역시 기업이 공동 개발한 누리호를 통해 이뤄진다.
2030년엔 누리호로 달 착륙선을 발사, 지구 저궤도 너머의 심(深)우주로 진출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달의 영구음영지대(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곳, 주로 깊은 분화구의 바닥에 분포)엔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우주 선진국은 달에 착륙해 이곳에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다.
38만㎞ 떨어진 달에 가기 위해선 지구 저궤도용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때보다 더 큰 추진력이 필요하다. 달의 중력을 거슬러 지상에 안전하게 착륙하려면 우주선 자체도 견고해야 하고 자체 엔진과 연료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에 로켓이 감당할 수 있는 탑재체(우주선)의 최대 중량도 더 커야 한다. 현재까지 미국, 러시아, 중국 3개국만 성공한 일을 9년 후 한국도 누리호를 통해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1.5t 중량의 탑재체를 700㎞ 높이의 지구 저궤도에 보낼 수 있는 현재 누리호의 성능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과기부와 항우연은 2030년까지 탑재체의 최대 중량을 2.8t 정도로, 엔진 1기의 추진력을 현재 75t에서 82t 정도로 늘리고 ‘3단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다중 탑재·분리’ 등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해 아직 사업 착수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고도화 사업 중 먼저 예타를 통과해 6874억원의 예산을 받은 ‘신뢰도 확보’ 사업은 내년 시작된다. 내년 5월 누리호 2차 발사를 끝으로 12년 2개월의 여정이 마무리될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의 첫 후속 사업이다. 목적은 2027년까지 누리호 4기를 더 만들고 쏘아 올려, 1·2차 발사에서 얻지 못했던 데이터를 추가로 얻고 성능과 안전성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실제 임무를 수행할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차세대 소형위성을 각각 싣고 발사된다.
◇ 위성·로켓 국산화 넘어 상업화…KAI·한화 등 활약
권 정책관은 “4번의 반복 발사는 누리호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민간 기업이 개발에 참여해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목적도 있다”라며 “미국 스페이스X처럼 여러 정부와 기업의 로켓을 대신 발사해주는 발사체기업을 키우려는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이 스페이스X 수준의 사업 경제성을 가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방향은 맞게 가고 있다”라며 “누리호 후속 사업이 민간 주도의 우주종합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도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의 예산과 자원이 달라 스페이스X 같은 국내 기업이 탄생할 시점을 구체적으로 예상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2년에 가까운 누리호 프로젝트는 민간 기업이 함께 이끌었고, 앞으로 10여년 동안엔 이들의 참여도가 더 높아질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이 출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정부는 심우주 개척에 집중하는 대신 달 이내 영역인 지구 저궤도로의 진출은 자국 민간 기업에 맡기는 ‘상업 승무원 프로그램’을 2011년 시행했다. 그로부터 10년도 채 되지 않은 오늘날 스페이스X, 버진 갤럭틱, 블루 오리진 등 우주항공 기업이 출현해 로켓 발사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유인 우주 관광 시대를 열고 있다.
항우연과 함께 누리호 프로젝트를 이끈 국내 기업은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300여곳이다. 37만개 부품의 제작, 조립, 시험을 분담했다. 발사대 건설을 위해 건설사도 함께 했다. 누리호 개발의 전체 사업비 약 2조원 중 1조5000억원이 이 기업들을 통해 쓰였다. 핵심 부품 개발과 제작에 참여한 주요 기업은 30여곳, 이들 인력만 500여명이었다.
KAI는 300여개 기업이 만든 부품의 조립을 총괄했다. 같은 설계도를 보고 부품을 만들었어도 제작사에 따라 결과물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KAI는 이것들을 하나의 장치로 조립하고, 조립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역할을 했다. 누리호 개발의 3대 기술적 난제 중 하나였던 알루미늄캔 두께(1.5~3㎜)의 추진제 탱크 제작도 맡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유일의 우주로켓 엔진 공장에서 누리호의 핵심 기술인 75t급 중대형 엑체 엔진을 직접 만들었다. 한화 관계자는 “이 엔진은 로켓이 중력과 고온·고압·극저온 등 극한 조건을 모두 견뎌낼 수 있도록 제작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한화는 (누리호 개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엔진 제작에 참여했다”라며 “앞으로 로켓, 행성 탐사, 한국형 GPS(KPS) 등 한국의 우주산업 모든 분야에서 생태계를 활성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